[로팩트 손견정 기자] 헌법재판소(소장 권한대행 김이수 재판관) 8인의 헌법재판관들이 16일(월) 오후 재판관 간담회를 갖고, 그 논의결과를 발표하자, 정치권이 헌재의 발표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헌법재판소 홍보심의관실은 16일 오후 6시 18분경, 기자들에게 보낸 ‘헌재 보도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날 오후에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모여 소장 및 재판관 공석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자리가 비어있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 회의 결과 재판관들은 일치된 의견으로 “소장 및 재판관 공석사태의 장기화로 인하여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조속히 임명절차가 진행되어 헌법재판소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16일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고뇌에 찬 입장 표명, 문 대통령이 화답할 때다.’라는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를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을 김이수 헌재소장 직무대행의 결단과 헌법재판관들의 깊은 고민과 우려를 존중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장대행체제를 일정기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는 아집이 헌법재판소의 위상이나 삼권분립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대통령은 아집을 버리고, 헌법재판소 구성을 신속하게 마무리 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16일 오후 추가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오늘로 259일째 이어지고 있는 소장 공백사태로 인해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과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헌재 정상화의 시급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발표를 계기로 국회는 시급히 헌재소장 임기를 둘러싼 입법 미비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어제 헌재가 조속한 임명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꼼수적인 권한대행 체제유지가 이제는 되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제 편법에 매달리지 말고 헌재의 입장을 존중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헌법재판소법에는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만을 소장으로 지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임기 중인 헌법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지명한 경우 그 임기가 새로 시작하는지 기존 임기로 끝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하고, “지금 국회에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 중 누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든 그 재판관 중에서 누구든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해 헌재소장 임기와 재판관 임기에 관련된 법안이 18건이나 제출돼있다.”고 확인하면서, “조속히 논의에 착수해서 논란의 소지를 국회가 없애줘야 한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에는 소홀하면서 대통령에 딴죽을 걸고 헌재 내부의 권한대행 추천에 대해서까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17일자 논평을 통해, “이번 헌법재판관들의 성명발표로 청와대가 지난 달 헌법재판관 회의 결과를 왜곡하여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 유지의 근거로 삼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 헌법재판소장 임명 방기(放棄)는 헌법위반”이며, “김이수 재판관은 이미 국회에서 부적격자로 국민적 심판을 받은 사람이다. 재판관에서도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