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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피의사실공표죄 기소 0건, ‘공수처’ 조속히 도입해야

지난 10년간 경찰관직무집행법위반죄 기소도 全無, ‘검·경, 제 식구 감싸기’

 [로팩트 손견정 기자] 최근 23년간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로 기소된 검사나 또 지난 10년간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죄로 기소된 경찰관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과 경찰이 자신들의 인권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지적과 함께 조속히 ‘공수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갑, 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 의원과 자유한국당 윤상직(부산 기장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의원이 각각 법무부와 대검찰청으로부터 사건처리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형사사건 통계의 전산화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최근까지 23년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범죄사범은 총 551명이었으나, 이 중 346명에 대해 검찰은 혐의가 없거나 죄가 안 된다는 이유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94명은 기소중지 등 기타 처분을, 나머지 사건들은 접수 후 따로 처리하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기소된 사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죄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81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됐으나, 이중 기소에 이른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박주민 의원

 박주민 의원은 이에 대해 “수사기관이 정작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검찰과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고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직 의원

 윤상직 의원도 “검찰의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로 밖에 볼 수 없고 이는 국민의 법 감정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수사 중에 피의자의 혐의 사실이 공개되면 차후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더라도 당사자는 씻을 수 없는 인격 훼손으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피의사실공표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2조는 벌칙조항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연히 발생해 왔다.

 수사기관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피의자가 법원의 재판도 받기 전에 여론재판으로 피의자의 인격권과 명예권이 침해되고, 이미 범인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부지기수였으며, 더 나아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기도 하는 등 피의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범죄이므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재확인된 바와 같이 피의사실공표죄와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죄는 실효성이 전혀 없는 사문화된 규정으로 전락했다.

 특히 정치색을 띤 사건에서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어 왔고,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사실공표죄가 이렇게 사실상 사문화되어 온 가장 큰 이유는 구조적으로 수사기관이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제대로 수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인된 피의사실공표죄와 경찰관직무집행법위반죄 사건처리 통계는 수사기관의 범죄를 독립적 수사기구에서 상시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조속히 신설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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