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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팩트 신종철 기자] 항공사 승무원이 평소 앓던 고혈압이 잦은 비행에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돼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항공사 승무원 사무장인 A씨는 2016년 1월 6일 오전 독일로 향하는 비행 근무를 위해 회사로 출근했지만, 이날 오후 10시 15분쯤 회사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망인(A)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당시 42세.
A씨의 부모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8월 “망인의 업무시간과 업무량을 고려할 때, 단기과로와 만성과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업무와 관련해 돌발적이고 예측이 곤란할 정도의 긴장, 흥분, 공포, 놀람 등의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불복한 유족은 “망인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사망했으므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평소 앓던 고혈압이 심해진 상황에서 사망 직전 평소보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고혈압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뇌출혈이 발생해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망인의 업무와 관련해 “망인은 국제선 비행기에 탑승할 때에는 일반 객실승무원으로서,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할 때에는 선임 객실승무원으로서 비행 안전에 관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운항 전후 기내 안전 및 보안점검 실시, 객실 내 비상장비 점검, 기내 수하물 탑재 확인, 승객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 것은 물론, 수많은 승객의 다양한 요구에 친절히 응대해야 하고, 그 업무는 승무 계획에 따라 매우 불규칙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망인의 주된 업무공간은 비행 중의 비행기 내부인데, 그곳은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지속되며, 신체활동이 매우 제한적이고 독립된 휴식처인 ‘벙커’가 협소해 근무 중 적절히 휴식을 취하기도 어려운 곳이어서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 불과 며칠 사이에 밤낮이나 계절이 바뀌는 등 신체가 적응할 새도 없이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며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1~2일 객지에서의 휴식시간은 근로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충분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2010년 12월 의원에서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았고, 이후 2011년 건강검진에서 정상 경계 수준의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가 2012년 건강검진부터는 계속 고혈압을 진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판정받았다. A씨의 혈압은 2013년도 건강검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하고 있었고, 2015년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수축기 혈압 164, 이완기 혈압 10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 전 3개월간 월 평균 114시간의 비행근무시간을 기록해 평소보다 비행근무시간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중 39시간이 야간비행이어서 비행근무시간 중 야간근무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고, 4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횟수가 월평균 8회에 이르렀으며, 시차 8시간 이상의 지역으로의 비행이 10회에 이르렀다”며 “위와 같은 비행시간은 회사 전체 승무원 평균비행시간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망인은 사망 전 25일부터 2일까지 영국 런던, 중국 청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국제선 비행과 하루 4~5회 국내선 비행 등에 승무해 다수 비행, 장거리 비행, 야간 비행 등으로 평소보다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또 “망인은 사망 직전 해인 2015년도 건강검진에서 상대적으로 중한 고혈압의 측정결과를 받았으므로, 노사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기존의 근로를 계속함으로써 병세가 악화될 우려가 있는 요관찰자’로서 근무조건에 배려를 받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사망 직전 평소보다 가중된 업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망인이 사망 직전 고혈압이 악화된 상태에서 평소보다 업무량이 증가하고 야간비행이 집중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됐던 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고혈압의 진행을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사망에 미친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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