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
- 행정
- 위원회
- 입법
- 법률가
- 사회·법QnA
- 경제와 법
[로팩트 신종철 기자]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쳐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참여자들에게 법원이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옥외 기자회견 특성 전혀 이해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지난해 3월 8일 국회 앞 담장 앞에서 진행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의결요청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1분여간 피켓을 들고 “국회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안을 즉각 의결하라” 등 구호를 외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국회ㆍ청와대ㆍ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 경계 100m 이내에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를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에게 각각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들은 3시간의 긴 평의 끝에 유ㆍ무죄 의견이 각 4(유죄) 대 3(무죄)으로 팽팽했지만, 재판부는 최종 유죄 선고했다.
참여연대는 “하루 종일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다툰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다. 기자회견도 집시법의 규율을 받는 옥외집회로 봐야 하는가, 국회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도 집시법 11조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런 정도의 기자회견이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보아 처벌하지 않아야 하는가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배심원들의 의견은 3시간의 긴 평의 끝에 4대 3으로 유죄 의견이 1명 더 많았고 재판부 역시 배심원 평결과 기존의 법원 판결대로 유죄 입장을 유지했다”며 “그러나 공판과정에서 검사 측 증인으로 나온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이 증언한 바와 같이 옥외에서 진행되는 통상의 기자회견은 거의 대부분 구호를 제창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 앞은 늘 다양한 기자회견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에서 국회앞 기자회견을 집시법 위반으로 입건한 예는 별로 없다”며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특검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기소한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라서 정치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재판부는 외형만 기자회견이지 구호를 제창했으니 실질적 집회라 국회 담장으로부터 100미터 인근 집회는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옥내외를 불문하고 기자회견은 핵심 대상이 기자이고 언론의 보도가 목적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자회견의 실질이다. 오히려 재판부가 기자회견의 실질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 “무엇보다 헌법은 평화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법률로서 집시법 역시 평화적 집회는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은 언론보도를 목적으로 한 기자회견조차도 구호 제창을 하기만 하면 불법집회로 변질되었다며 해산명령을 내리고 집시법을 적용해 수사 기소해 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의 이 같은 자의적 법집행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시민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개선 요구가 있었다. 지난 9월 7일 경찰개혁위원회에서도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관리행태,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기자회견에서 구호제창, 피켓팅 등을 이유로 불법집회로 규정해 단속하는 것을 중지하라 권고했고, 경찰청은 이를 전면 수용했다”며 “경찰청의 권고 수용은 결과적으로 그동안 기자회견을 구호제창 등을 이유로 불법집회로 단속해 온 것이 위법한 공무집행이었음을 경찰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봤다.
참여연대는 “검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번 기자회견을 집시법 11조의 단속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앞에서 구호를 외친 것이 과연 사회 상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몇 번 제창한 행위가 집회의 목적 달성을 벗어나 자유로운 국회의사당 출입과 국회시설의 안전뿐만 아니라 국회가 수행하는 헌법적 기능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구호제창과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가 과연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회시설 안전을 해치는 행위인가? 이런 정도의 의사표현이 과연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 정당방위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해 언론보도를 주목적으로 한 기자회견조차 국회 인근 100미터 앞에서 그 어떤 형태의 집회도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11조를 적용해 불법집회로 처벌하는 것의 부당성을 다시 한 번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
Copyrights ⓒ 한국법률일보 & www.lawfac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