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국회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 “야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깊은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면서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에 국회가 걸림돌이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12일 민변(회장 정연순)은 성명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기본권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라면서 “약 8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이 장기화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한 국회의원 293명의 무기명투표 결과 찬성이 145표로 반대표와 같았고, 기권 1표, 무효 2표로 집계됐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 위해 필요한 출석 의원의 과반수(147표)에 2표가 부족했다.
민변은 “이번 표결 결과를 놓고서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과정에서 드러난 보수야당의 소수자 인권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헌법재판에 대한 수준 이하의 인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후보자 지명 이후부터 일관되게 김이수 후보자가 지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밝힌 것과 군대 내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데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군형법의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밝힌 것을 문제 삼아 ‘이념 편향’ 및 ‘동성애 조장’ 공세를 벌여왔다. 국민의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런 공세의 배경에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각 당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국민들은 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이 그러한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참으로 비극적이다. 지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의 상징인 대통령은 탄핵되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과거의 적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헌법재판소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다. 바로 얼마 전 박근혜 탄핵심판을 통해 우리는 헌법재판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경험했다”며 “사회의 가려진 문제를 드러내고, 법과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가기 위해서는 획일화 되지 않은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필수적이다. 소수의견의 존재는 헌법재판의 본질이다”라고 짚었다.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우리 헌법재판소의 모티브가 된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다수의 입장과 다른 소수의견을 온전하게 존중해왔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법관들은 소수자의 권리보호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 “지혜의 아홉 기둥” 으로 불리고 있다고 민변은 전했다.
민변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밝힌 소수의견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나아가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는 헌법재판소장으로서 결격사유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격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이러한 소수의견을 맹목적인 이념 편향으로 폄하하고 근거 없는 혐오와 차별로 덧씌워 결국 임명동의안 부결에까지 이르게 한 야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깊은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지만 우리는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임기 종료 시까지 재판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우리 사회의 정의의 한 보루를 굳건히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권력의 외풍을 막아내는 헌법재판소장이 조속히 임명될 것이 요구된다”며 “우리는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에 국회가 걸림돌이 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민변은 “나아가 국회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 동의에 있어서는 이번에 보여준 모습과 같이 편향되고 정략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그런 모습의 끝에는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