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국선변호제도 개선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변호사 10명 중 8명에 가까운 비율로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소송법 제33조에 근거한 국선변호인 제도는 법원이 변호사 중에서 선정하는 ‘일반국선변호인’과 법원에 고용되어 보수를 받는 ‘국선전담변호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며, 국선변호인 선정, 관리, 감독 등 운영은 법원이 하고 있다.
일반국선변호인은 관할 법원에 등록한 변호사 중 법원이 무작위로 지정해 변론을 맡게 되며 사건당 약 30만원을 지급받으며, 국선전담변호인은 개별 법원의 면접 등을 통해 법원에 고용되어 건별 수당이 아닌 월정액 보수로 경력 1~2년차는 월 6백만원, 3~4년차는 월 7백만원, 5~6년차는 월 8백만원와 사무실 운영비로 월 50만원을 별도로 받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변협의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이달 9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됐으며, 총 1,931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가 78%(1,522명), 만족한다가 21%(409명)로 변호사 상당수가 현행 제도에 불만족하고 있었다.
일반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한 불만족 이유는 ‘보수가 너무 낮다’ 60%(1,161명), ‘선정 및 배당절차가 자의적이다’ 35%(694명), ‘국선전담변호인이 지나치게 많아 일반 변호사의 국선사건 수임이 어렵다’ 33%(641명), ‘재력 있는 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19%(384명)였다.
국선전담변호인 제도에 대한 불만족 이유로는 ‘사건 배당수가 과중하다’ 19%(380명), ‘재력 있는 자가 악용할 수 있다’ 15%(295명), ‘사건 배당절차가 자의적이다’ 14%(278명), ‘보수가 너무 낮다’는 의견이 10%(201명)였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일반국선 사건의 경우 ‘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다’라는 의견이 13%(267명)로 가장 많았고, 국선전담의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의견이 10%(197명)로 가장 많았다.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 관리, 감독하는 운영체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60%(1,170명), ‘찬성한다’ 19%(376명), ‘모르겠다’ 19%(385명)로 나타나 반대 목소리가 높았는데, 그 이유로는 ‘심판기관인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관리하는 것은 당사자주의에 반한다’ 45%(882명), ‘변호사가 관리기관인 법원의 눈치를 보게 돼 실질적 변론이 어렵다’ 41%(792명), ‘변호사단체인 변협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33%(651명)였다.
찬성 이유로는 ‘공정한 운영을 담보할 수 있다’ 12%(248명), ‘예산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9%(182명), ‘국선변호인 업무수행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5%(99명)였다.
대법원이 올해 3월부터 확대 실시하고 있는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 제도에 대해서는 반대 42%(826명), 찬성 34%(668명), 모르겠다 22%(436명)로 나타나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컸다.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는 영장실질심사 단계부터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수사단계 및 제1심 변호까지 담당하는 제도다.
반대 이유는 ‘일반 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수임이 더욱 줄어들 것’ 24%(476명), ‘법원의 편의적 운영을 위한 편법이다’ 24%(467명), ‘변호사가 관리기관인 법원의 눈치를 보게 되어 실질적 변론이 어렵다’ 23%(452명), ‘논스톱 국선변호인 심사 및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 18%(364명), ‘이해관계자인 변호사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18%(362명)였다.
찬성 이유로는 ‘영장실질심사 단계부터 동일한 변호사가 담당하면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의견이 24%(480명)로 찬반 통틀어 가장 많았고, ‘법적 조력의 공백상태를 막을 수 있다’ 22%(428명), ‘구속피의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다’는 의견이 19%(367명)였다.
변협은 올해 1월 전임 집행부에서 “변호사를 사법부에 종속시킬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제도'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도 있다.
법원이 교육적 가치가 큰 국선 사건을 로스쿨 리걸클리닉에 배정하고 변호사 자격을 갖춘 로스쿨 교원(실무경력교원)이 국선변호를 하며 로스쿨생이 보좌하는 제도인 대법원의 ‘국선변호 리걸클리닉’에 대해서는 ‘반대’ 51%(998명), ‘찬성’ 30%(584명), ‘모르겠다’ 17%(347명)로 나타나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사건 당사자가 숙련되고 적절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개인정보 유출 우려 포함)이 있다’ 39%(770명), ‘실무경력교원의 사건 수임 허용에 대해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6%(511명), ‘일반 변호사들이 국선변호사건을 수임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부 국선사건마저 로스쿨 리걸클리닉에 배당될 가능성이 있다’ 26%(509명), ‘법원이 관리하는 한 당사자주의에 반한다’ 22%(431명), ‘실무경력교원이 국선변호를 위해 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에 등록하는 경우 회비납부의무와 공익활동의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이 15%(290명)였다.
반면 찬성 이유로는 ‘실제 사건을 통해 실무교육 역량이 강화된다’는 의견이 26%(520명)로 찬반 통틀어 가장 많았고, ‘실무경력교원의 실무감각을 지속시켜 실무교육을 하게 된다’ 18%(366명), ‘공익사건의 배당 및 발굴과 수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11%(218명)였다.
변협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를 토대로 국선변호인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