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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서 조합장을 ‘미친개, 양두구육, 능지처참’ 비난···1·2심 모욕죄, 대법원은 파기환송

이흥구 대법관 “경미한 수준 추상적·무례한 표현···외부적 명예 침해 단정 어려워”
[한국법률일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을 도적X, 양두구육의 탈, 능지처참,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등으로 비판한 글을 게시해 형사재판 1·2심에서 모욕죄 유죄 판결을 받은 지역주택조합원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재판장 엄상필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 오석준·이숙연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지역주택조합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벌금 150만원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최근 선고했다.(대법원 2022도15971)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지주택추진위’) 조합원 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원인 A씨는 201912월말 경부터 20204월말 경까지 지주택 비대위 단톡방에서 지주택 추진위원장 B씨를 도적X, 양두구육의 탈, 법의 심판을 통해 능지처참,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자질 없는 인간, 무책임한 인간, 적반하장의 극치, 비열하고도 추악한 행태,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 악랄한 집단등의 표현으로 비난한 다수의 글을 게시해 모욕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게시글 작성 경위에 대해 비대위 회원들에게 B씨의 불법사실 등을 널리 알리고 앞으로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주택조합 내에서는 B씨의 지주택추진위가 조합원들에게 회계 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B씨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무용역사 등이 지주택사업과 관련해 과도한 이익을 취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주택추진위와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서 비대위가 조직돼 활동 중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게시글 중 9건이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모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만 원 형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도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흥구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제3부는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 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표현들이 포함된 글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례한 표현이 담긴 글에 해당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 포함된 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의 행위가 모욕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고 파기환송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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