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숏컷을 한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간주해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면서, 여성 혐오·편견을 비난받을 만한 범행동기로 판시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여성혐오범죄의 근절 및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해 한 걸음 내딛어 준 판결”이라며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이주연 부장판사, 곽리찬·석동우 판사)는 특수상해,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을 심리한 결과, 이달 15일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해 비난받을 만한 범행동기를 갖고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3년 11월경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여성 점원 B씨의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나는 신남성연대인데,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 페미니스트는 때려서 정신교육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B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 박경석씨도 폭행했다.
이날 폭행의 후유증으로 B씨는 왼쪽 귀에 난청, 이명의 후유 장애가 남아 보청기를 착용해야만 하게 됐고, 골절상 등으로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한 박경석씨는 지난달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상자’로 결정됐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올해 4월 1심 판결에서 “A씨가 2022년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과 A씨가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을 것이라는 법무부 국립법무병원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검사 의견 등을 종합해 A씨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면서,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왕미양)는 “‘진주 편의점 여성 폭행’ 사건은 여성혐오적 사고 및 성차별적 편견으로 일어난 범행으로 ‘여성혐오범죄’의 대표적 유형이었으나, 1심에서 형법상 상해죄로 다뤄지면서 피해자들은 적절한 법률지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 사건을 여성혐오에 기반한 신종폭력으로 보고 항소심부터 법률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신종범죄 좌담회: 여성혐오범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유형화 가능성과 양형기준’를 개최해, 여성혐오범죄를 가중처벌 인자로서 양형기준에 반영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것으로 비난받을 만한 범행동기를 가지고 있고,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무너뜨렸다고 판결했다.”면서, “특히 여성혐오라는 범행동기가 특별양형가중인자인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에 해당함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어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여성에 대한 왜곡된 편견에서 비롯된 혐오감, 증오감에 기반한 폭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여성폭력은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성폭력’에 포섭되지 않아 피해자가 여성폭력 피해자로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언론에 보도된 사건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 위협을 당한 여성은 84명으로 그중 가해자가 ‘(피해자가) 여자라서 공격했다.’라고 범행동기를 밝힌 건수는 12.5%에 이르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혐오에 기반한 폭력범죄가 여성의 안전과 존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시점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혐오범죄의 근절 및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해 한 걸음 내딛어준 이번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나아가, 본회는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공익적 법률지원 및 입법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며, 여성혐오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여성회 등 경남여성단체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16일 “1심과 같은 징역 3년이라는 판결유지와 가해자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됐다는 점에서는 아쉽지만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 사건이 최초로 ‘여성혐오 범죄’라는 사실을 판결문에 적시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그동안 어려움속에서도 피해자분의 용기와 애써 주신 분들의 연대의 힘으로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