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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혼 후 자녀 부양의무 외면하다 자녀 사망보험금 수령한 친모···과거양육비 1억 지급하라”

의정부지방법원 박주영 부장판사 “양육비 분담 안하다 거액의 보험금 수령하는 점 고려”
[한국법률일보] 이혼 후 14년간 자녀들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다가 자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 보험금을 수령해 간 친모는 자녀들을 양육한 친부에게 과거 양육비로 1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 김천수·김인해 판사)는 이혼 후 자녀들을 양육한 친부 A씨가 친모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청구소송 항고심에서 “B씨는 A씨에게 과거양육비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B씨와 2002년 혼인신고를 한 후 자녀 둘을 낳고 살다가 2007년 협의이혼을 하면서, 자녀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친부 A씨를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A씨는 이혼 후 택배, 화물차 운전기사 등 다양한 소득활동을 하며 자녀들을 양육한 데 반해, B씨는 자녀들과 별다른 교류도 없었고, 경제적인 지원도 하지 않는 등 양육을 전혀 분담하지 않았다.

2021년 자녀 C가 배달 아르바이트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A씨는 가해자측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기 전에 B씨에게 연락해 B씨의 법정상속분 중 일부만 지급 받는 내용으로 합의를 요청했으나 B씨는 법정상속인으로서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 전액을 수령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실제로 B씨는 보험금으로 8,670만 원을 수령했고, 이에 A씨는 자녀들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법률구조를 요청해 소송구조 결정을 받았다.

법률구조공단은 A씨를 대리해 B씨를 상대로 자녀들의 과거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B씨는 협의이혼 당시 A씨의 부모님이 자녀들을 양육하는 대신 양육비를 A씨가 부담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A씨도 이 사건 청구하기 전까지 양육비를 한번도 요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A씨의 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심리한 의정부지방법원 제2가사단독 이하림 판사는 “B씨가 자녀들과 별다른 교류도 없고, 경제적인 지원도 없이 지내다가 자녀인 C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법정상속인의 지위에서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한 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녀들을 양육할 수 없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과거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과거양육비를 일시에 청구할 경우 발생할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신의칙상 감액 필요성 등을 이유로 과거양육비를 6,500만 원으로 정해 A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1심 결정에 불복하는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은 항고를 제기하면서, “B씨가 이미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했고, 항고심 계속 중 C의 교통사고 가해자측 보험회사에서 약관상 유상운송 면책을 주장하면서 지급을 보류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해 B씨가 추가로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예정이므로 감액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항고심을 심리한 의정부지방법원 제1가사부는 “B씨가 사망한 C의 법정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회사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거나 지급받을 예정인 점, B씨가 꾸준히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B씨가 부담해야 할 과거양육비를 1억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면서 항고를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A씨를 대리해 이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김수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장기간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양육비 청구를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건은 항고심에서 추가로 지급 받을 보험금까지 고려해 1심보다 과거양육비를 증액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외면한 채, 상속인의 권리만 내세우며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려는 얌체 부모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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