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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예산부족 개천복개공사 중단으로 사지마비 추락사고···지자체 3억 배상해야’

개천관리 지자체 경주시의 영조물책임, 법률구조공단 소송구조사례
[한국법률일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개천복개공사를 중단한 사이 발생한 추락사고로 사지마비의 중상을 입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억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 김재승·이은경 판사)70대 여성 황모씨가 경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경주시는 원고에게 3억여 원과 그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경주에 사는 1949년생 여성 황모씨는 201810월 울산발 경주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기 전에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다가, 어두운 밤에 주변 조명시설마저 희미한 탓에 화장실 뒤편 5m 가량 떨어진 개천변에서 추락했다.

축대로 형성된 절벽은 높이 2m 정도였으나 이 사고로 황씨는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황씨는 사고 발생 토지 소유자인 B씨를 상대로 나홀로소송을 벌이던 중 법원의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송 도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경주시, 국가, 버스공제조합 등에 소송고지를 했고, 경주시는 이 소송에 피고가 아닌 원고인 황씨에게 소송참가를 했다. 그런데, 1심에서는 황씨가 패소했다.

황씨는 항소하면서 항소심에서는 법률구조공단이 아닌 자신의 지인 C변호사를 선임했다.

경주시는 항소심에서도 원고 황씨에게 참가했다. C변호사는 소송 진행 도중 원고에 참가한 경주시의 미온적인 증거제출로 애를 먹게 되자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법률구조공단 경주출장소장인 유현경 변호사는 황씨를 대리해 별건으로 경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법률구조공단이 경주시를 상대로 문서제출명령 등을 진행하자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조회 회신과 위성지도 등에 따르면, 경주시는 이 사건 버스정류장 주변 토지소유주들의 민원과 현장을 방문한 한 경주시의원의 요청 등으로 사고가 나기 약 1년 전부터 예산을 들여 개천복개공사를 진행하다가 공사 도중에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황씨의 추락사고 장소인 화장실 뒤편에는 복개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재판에서 경주시는 축대를 설치한 것은 토지 소유자이지 경주시가 아니며, 황씨가 추락한 장소 역시 개인 사유지이므로 이 사건 축대는 영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대구지법 경주지원 제1민사부는 이 사건 축대는 경주시가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거나 사실상 관리하는 물건으로 국가배상법상 영조물에 해당한다.”면서, “경주시가 화장실 주변의 구거(溝渠·개천) 구간을 복개해 추락 위험성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부주의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배상책임의 범위를 30%로 제한하고, 경주시가 A씨에게 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 264,684,564원과 위자료 4천만 원 총 304,684,564원의 배상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서 황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공중이 이용하는 공공 영조물은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함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은 대구고등법원 제2민사부에 배당돼 진행 중이다. 항소심에서는 법무법인() 로고스가 소송구조로 황씨를 대리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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