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정보 압수물 캐비넷 보관 관행의 위법성 논란이 불거져 있는 가운데, 수사기관이 별건 압수·수색과정에서 발견한 무관정보인 녹음파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2차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오경미 대법관, 주심 김선수 대법관, 노태악·서경환 대법관)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검찰수사서기관 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0도3050)
공소사실에 따르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사무과장(검찰수사서기관)인 강씨는 2018년 5월 원주시청 안전건설국장 조모씨로부터 수사과에서 진행 중인 시장 측근 권모씨에 대한 수사를 지방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선거 이후로 지연시켜 달라는 내용의 부정청탁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이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과장과 공모해, 피의사건의 검사실 송치를 지연시키고, 수사지휘건의서를 반려하고 제대로 회신을 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선거일 이전에 수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했다.
강씨는 또 조씨에게 전화로 주요 수사 단서, 향후 수사개시 및 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을 누설했다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2018년 12월 ‘강원도 원주 영랑택지 개발 비위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조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이미징 파일을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D넷’)이 있는 대검 서버에 저장해뒀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D넷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던 중, 강씨와 조씨의 수차례 통화 내역 녹음파일, 일정내역표, 문자메시지 등 청탁금지법위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했다.
하지만 검찰은 녹음파일 등을 발견한 이후 영장 없이 약 3개월 동안 녹음파일 등을 대검 서버에 그대로 저장한 채로 계속 보관하면서 탐색·복제·출력해 범죄사실 혐의 관련 증거를 수집했다.
검찰은 결국 강씨를 청탁금지법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고, 형사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압수수색하기 위한 요건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 및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등이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강씨에게 유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도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선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제1부는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제·출력된 녹음파일 등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에 터 잡아 수집된 2차적 증거들도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제2차 압수 이후에 수집된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판례를 통해 영장집행과정에서 무관정보 발견 시 취해야 할 수사기관의 조치, 무관정보의 삭제의무 등 무관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압수·수색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해 왔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은 이번 판결의 의의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대검찰청 서버에 무관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고, 2차적 증거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에 관하여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대상자나 참고인 모르게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복제해 대검 서버 D넷에 저장, 보관,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12인의 국회의원이 당선된 조국혁신당은 “2024. 5. 30.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과 함께 ‘검찰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