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2023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불출마 선언한 당시 조합장의 배우자에게 골프의류를, 조합원에게는 꿀을 제공한 농협조합장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6형사단독 문채영 판사는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대구농업협동조합(‘동대구농협’) 조합장 김모씨(63세 여성)에게 벌금 200만 원, 전 조합장의 배우자 남모씨(73세 여성 주부)는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3고단3443)
앞서 결심공판에서의 검사의 구형과 동일한 선고형이었다.
위탁선거법 제70조는 당선인이 해당 위탁선거에서 ‘위탁선거범죄로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는 ‘위탁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를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2022년 8월경,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조합원의 주거지에 찾아가, “조합장 월급이 탐이 나서 하려는 것이 아니고 우리 농협에 봉사하면서 발전시켜 보겠다.”라고 말하는 등 조합장선거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며 시가 5만 원 상당의 꿀 2.4kg 1통을 제공했다
김씨는 2022년 9월 경에는 대구 수성구에 있는 남모씨의 주거지에 찾아가, 조합장선거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며 시가 303,050원 상당의 골프의류 1벌을 제공했다.
김씨는 2023. 3. 8. 실시된 동대구농협 조합장선거에서 3인의 후보자 중 54.04%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대구 지역 두 번째 여성조합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2회에 걸쳐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 및 그 가족에게 물품을 제공함과 동시에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후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위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다.
김씨는 이 형사재판에서 “골프의류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평상시 하던 대로 전 조합장의 부인인 남씨에게 명절 선물을 준 것일 뿐 선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문채영 판사는 “피고인 김씨가 공소사실과 같이 선거운동 목적을 가지고 남씨에게 골프의류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김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판사는 “남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선거 지지를 요청하며 골프의류를 주었고 피고인 역시 2022. 9.경에는 이미 전 조합장이 조합장 선거에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전 조합장의 불출마 의사를 알고 있었던 피고인은 단순히 명절 선물의 의미 외에도 선거지지 호소도 할 목적으로 위 골프의류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꿀을 제공받은 조합원과의 대화녹취록과 대구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당시 ‘5선을 했고 나이도 많아 불출마하는 조합장의 부인인 남씨가 피고인 김씨의 조합장선거 출마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라는 일부 조합원 진술 등을 증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문 판사는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공공단체의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공공단체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탁선거법’의 취지를 반하는 것으로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특히 피고인 김씨는 책임을 일부 타인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피고인 남씨는 범행 당시 조합장의 배우자로서 그 파급력 등을 감안할 때 그 범행이 조합장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단언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그 물품 가액이 비교적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공공단체 등의 선거 공정성을 충분히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면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고인 남씨의 경우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판결선고일의 다음 날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