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무부는 1일(화) 법무관 출신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인 신임검사 16명에 대한 임관식을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이날 임관식은 국민의례, 가족들이 법복 입혀주기, 법무부장관의 임명장 전수, 검사선서, 기념촬영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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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 1. 신임검사 임관식 검사선서(사진=법무부) |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날 신임검사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사준칙 개정 이슈를 거론하면서, “국민을 위해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정의와 상식에 맞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는 앞서 7월 31일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통해 “지난 정부 검수완박 입법 등으로 서민들의 사기 피해 고소·고발 같은 민생사건이 과거보다 ‘더 오래 걸리고, 국민들의 말을 덜 들어드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분명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근본적으로는 검수완박법 등 잘못된 법률이 개정돼야 하지만, 잘못된 법률 탓만 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방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 그 한계 내에서 서민들의 민생 고소·고발 사건을 국민의 입장에서 ‘더 빨리, 그리고 억울한 사정을 더 많이 들어드릴 수 있게’ 수사준칙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 수사준칙 개정 ‘이전’과 ‘이후’ 중에 어떤 쪽이 국민에게 더 좋은지를 봐 달라. 오직 고려해야 할 기준은 국민의 이익이지, 정치인들이나 수사기관들의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국민들은, 특히 서민들은, 자기 고소·고발사건이, ‘더 빨리’ 처리되길 바라시고, 억울함을 풀 수 있게 자기 말을 ‘더 들어주길’ 바라시는데, 이 수사준칙은 정확히 그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1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신임검사 임관식 발언 전문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법무부장관입니다.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로 기억되겠지만, 여기 계신 열여섯 명의 신임검사들과, 뒤에 계신 가족, 친지분들께는 평생 기억될 날이 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공직을 시작한 날의 현장스케치 같은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도 바로, 지금 뒤에 계신 어르신들과 비슷한 표정이셨어요. 아버지가 그런 기쁜 표정 짓는 걸 저는 그때 처음 봤습니다.
여러분, 여기까지 오시느라, 열여섯 분 각각, 제각각의 사연으로 많은 일을 겪었을 거고,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 드립니다. 가족과 친지분들께도요. 아마도, 그분들의 도움이 컸겠죠. 그런데,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운’이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갖지 못한 운을 잡은 거고, 그러니 더더욱 그렇게 운으로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린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죠.
구체적으로 검사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있다가 이원석 검찰총장님께 들으시지요. 훌륭한 검사입니다. 대신, 저는 짧게 오늘 아침에 든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오늘 하루는,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검사로 살지, 어떤 공직자로 살지, 어떤 직업인으로 살지를, 비장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나중에 어떤 결정적인 고민의 지점을 만날 때, 오늘 하신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요. 매일매일 비장하고 심각하게 살면, 인생이 신파가 되어 피곤하겠죠. 그런데, 단 하루입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그랬어요. 사실, 이후에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좀 오글거리는 생각을 할 기회는 잘 안 오더라구요.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냐? 그게 생각의 시작이자 끝이니 여러분이 오늘 생각해 보시죠. 다만, 그중에,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디폴트 값으로 생각하는 건 꼭 포함되어야 할 목적지일 겁니다. 너무 쉽고 진부한가요? 그런데, 쉬우니까 어려운 겁니다. 진부해도, 아무나 못하니까요.
제가 말씀드린,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높이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치열하게 싸우고 논쟁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그게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힘이죠.
어제, 오늘 제가 국민들께 설명하고 반대하시는 분들과 논쟁하고 있는 이슈 중에서, 검·경간 수사 책임의 세부를 정하는 “수사준칙” 개정이 있었습니다. 찬성하는 주장들도, 반대하는 주장들도 있죠. 그런데, 제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런 토론과 싸움이, “어느 편이 옳은가”를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왜 논쟁하고, 왜 싸우고 있는가를 잊지 않을 수 있고, 공익을 위해 의미 있는 논쟁, 의미있는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링 위에 올라 싸우다 보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왜 이겨야 하는지는 뒷전이 되기 쉽잖아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논쟁과 싸움의 끝에는 목적지를 향한 진일보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수사준칙 개정” 이슈를 가지고 말씀드리면, 반대하고 비판하시는 분들은 “검찰 권한 확대가 맞냐, 경찰 권한 확대가 맞냐”를 말씀하시는데, 그게 이 이슈의 본질이 아닙니다. 이 “수사준칙 개정”으로 ‘검찰의 권한 또는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느냐’가 아니라 ‘이 수사준칙 개정 전과 후 국민의 권익이 좋아지느냐 나빠지느냐’가 이 이슈의 본질입니다. 비판하시는 분들이, 만약 자기나 자기 가족이 범죄피해를 당해 고소·고발한다고 가정해보면, 이번 수사준칙 개정 전과 후, 어떤게 본인에게 좋을지, 본인의 일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그건 명확하거든요. 국민들은, 특히 서민들은, 자기 고소·고발사건이, 더 빨리 처리되길 바라시고, 억울함을 풀 수 있게 자기 말을 더 들어주길 바라시는데, 이 수사준칙은 정확히 그 방향입니다. 여기서, ‘어느 편이 옳은가’는 진영에 따라 모호할 수 있어도, ‘무엇이 옳은가’는 분명하죠.
제가 간단히 이번 수사준칙 개정을 예로 들었지만, 우리의 일은 “무엇이 옳으냐”를 정교하게 따지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 기준은, 우리가 하는 일로 국민의 권익이 더 좋아지느냐, 나빠지느냐여야 합니다. 앞으로 공직 생활하시면서 이 원칙과 타협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이 나라의 공직자로서 첫 출발을 하는 날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에, 페리클레스의 말을 빌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고, 그 일을 잘 설명할 수 있고, 나라를 사랑하고, 부패하지 않는 사람’을 훌륭한 공직자라고 말한 부분이 나옵니다. 2,500년이 지났지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그런 공직자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3. 8. 1.
법무부장관 한동훈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