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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대법관 퇴임사 “사법부 국민신뢰 충분 못해 송구···‘공정심리·적시판결·공평타당 결론’ 재판기본·원칙 충실해야”

“대법원 판례 변경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국법률일보] 2017. 7. 19. 취임해 6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친 조재연 대법관이 2023. 7. 18. 퇴임했다.

조재연 대법관은 18일 퇴임사에서 먼저 사법부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서, “최고 법원에 몸담았고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이상과 현실, 가치와 이익, 상식과 편견 사이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세론에 흔들리지 않으며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일은 법관에게 주어진 막중한 소명이라면서,“대법원이 내리는 판결은 실정법률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행동 규범과 지침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재연 대법관은 끝으로 첫째, 예단과 편견을 배제한 공정한 심리, 둘째, 적시에 내리는 판결, 셋째,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승복하는, 합리적이고 공평 타당한 결론을 들면서, “이러한 재판의 기본과 원칙에 더욱 충실할 때 사법신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조재연 대법관의 퇴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임기 6년을 마치고 대법관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사법부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최고 법원에 몸담았고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법은 대체로 현실을 뒤쫓아가지만 때로는 현실을 앞서가기도 합니다. 이상과 현실, 가치와 이익, 상식과 편견 사이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세론에 흔들리지 않으며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일은 법관에게 주어진 막중한 소명입니다.

대법원이 내리는 판결은 실정법률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행동 규범과 지침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지난 세기에 우리 민족은 굴곡진 격동의 역사를 헤쳐 왔습니다. 그때의 불행하고 아픈 사건들이 근래 재판의 장에서 다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히 법적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법 이론과 통상적인 재판에 따른 결론만으로는 실질적인 정의 구현과 형평성 있는 해결에 미흡한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불행했던 과거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포괄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변화에 따라 근래 법적 분쟁의 양상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복잡, 다양해졌습니다. 그만큼 심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판결의 내용도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국민의 권리 구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판사의 수를 적절히 늘리는 한편 한정된 사법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심리 절차와 방법, 심급 제도의 운용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사법신뢰를 향한 길은 매우 힘들고 긴 여정입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수록 묘수를 찾기보다 재판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이는 첫째, 예단과 편견을 배제한 공정한 심리, 둘째, 적시에 내리는 판결, 셋째,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승복하는, 합리적이고 공평 타당한 결론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재판의 기본과 원칙에 더욱 충실할 때 사법신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사법부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3. 7. 18.

대법관 조재연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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