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피해자·유가족 4인에 대해 판결금(배상금) 공탁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각각 불수리, 반려, 보정권고 등을 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먼저 광주지방법원은 3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 양금덕(94세)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판결금 공탁신청을 민법 제469조에 따라 ‘불수리’ 결정했고, 이춘식(100세)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은 ‘서류미비’를 이유로 반려 결정했다.
민법 제469조는 제1항에서 ‘채무의 변제는 제삼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항에서 ‘이해관계 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주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도 이날 제3자 변제를 거부한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공탁을 반려했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외교부는 4일 “강한 유감을 표한다. 정부는 이미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친 바 있다.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면서, “즉시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외교부는 3일에는 “지난 3월 6일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관련 해법 발표 이후,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함께 피해자 기준 총 15분의 피해자 또는 유가족을 대상으로 정부 해법 및 그간의 경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그 결과 현재 생존피해자 1분을 포함한 11분의 피해자 또는 유가족 분들께서 판결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7월 3일 그간 정부와 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유가족분들에 대해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 대상자인 피해자·유가족분들은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다.”면서, “정부는 재단과 함께 공탁 이후에도 피해자‧유가족 한 분 한 분께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 기울여 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민변·민족문제연구소 등 전국 610개 단체의 참여로 결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지원단체’는 4일 외교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은 무효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지 마라! 외교부는 공탁 철회하라!”고 주장하면서, 항의서한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다음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의 <항의서한> 전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변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강제동원 소송 원고 4명을 상대로 공탁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제3자변제’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일본 대신 한국 기업의 돈으로 배상금도 아닌 ‘판결금’을 지급하여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봉합하고자 했지만, 피해자 및 유족 4명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자 “돈 있으니 찾아가라”며 공탁 절차를 개시한 것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은 무효다!
생존 피해자 및 유족 4인은 지난 3월, 내용증명을 통해 일본 측의 사실인정과 사죄가 없는 ‘제3자변제’를 결코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우리 민법에 의하면, 변제할 자격이 없는 자는 법원에 공탁을 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일본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피해자들에 대한 채무를 인정한 적이 없고, 사죄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지 마라!
2018년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일본을 상대로 싸워 얻어낸 결실이다. 피해자들이 원했던 것은 단순히 돈 몇 푼 받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정당한 사죄와 배상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정의 훼손하는 매국정권 규탄한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는 30년 넘게 싸워 온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난 6월 29일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을 제안했다. 이번 공탁 절차 개시는 역사정의운동 탄압의 연장선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진정한 사죄만이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손잡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역사정의 훼손하고 피해자 인권 짓밟은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일 굴욕외교 중단하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 절차 즉각 철회하라!
2023년 7월 4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지원단체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