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발주처의 터무니없는 입찰가로 인해 계약이 불이행된 경우 그 책임을 입찰자에게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감경한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군부대와의 물품납품계약 이행을 포기해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당한 입찰자 A씨가 제기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취소청구 행정심판사건에서 “계약불이행 책임이 발주처와 입찰자 모두에게 있다.”고 판단하면서, A씨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당초 3개월에서 1개월로 감경하는 일부인용 결정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군부대와 13종의 물품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후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물품 제조업체가 국내·외 각 1곳으로 한정돼 견적을 받기가 어려웠다.
A씨가 어렵게 외국업체로부터 받은 견적금액은 계약금액인 3,600여만 원보다 3배가 넘는 1억1,000여만 원에 달했다.
A씨는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까지 납품하기 어려워 계약이행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국방부는 A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2022년 11월경 A씨에게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했다.
A씨는 국방부의 제재처분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가 계약이행 가능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업체의 견적금액이 국방부가 계약 기준금액으로 정한 예정가격 4,100여만 원과 계약금액 3,600여만 원의 약 3배 또는 그 이상을 상회하는 점을 볼 때 국방부도 예산책정을 면밀히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또 “다른 업체가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제대로 계약이행이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당초 3개월에서 1개월로 감경했다.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납품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국가계약질서 확립을 위해 철저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제재처분을 하기 전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반행위의 동기와 내용 등 제반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