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형제간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형이 비용을 주로 부담해 동생 명의로 주택조합에 가입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조합이 명의신탁약정을 알면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명의신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와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를 모두 배척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김정일 부장판사, 이준영·김수철 판사)는 명의신탁자인 A씨가 명의수탁자인 동생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등 청구소송에서 “1. 이 사건 소 예비적 청구 중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가합210366)
이 재판에서 원고인 A씨는 “2015년 7월 조합원 자격이 있는 동생 B씨 명의로 경북 경산시의 C주택조합과 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했고 자신이 필요한 비용을 모두 납부했다. 조합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A와 B, C조합의 관계는 3자간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아파트의 실질적 소유자로서, 주위적으로 B에게 아파트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C조합을 대위해 B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구했다. 아울러 전세보증금 잔액 및 등기비용 일부 환급금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도 청구했다.
반면 피고인 B씨는 “조합에 가입하면서 자금부족으로 인해 A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 A와 명의신탁약정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 명의의 아파트 소유권보존등기는 유효하다. 만약 A와 B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인정되더라도, 그 명의신탁은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고, C조합은 선의였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B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전제로 한 전세보증금 잔액 및 등기비용 일부 환급금에 대한 반환 청구도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먼저 명의신탁약정의 존부에 대해 “명의신탁관계는 반드시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시적 계약에 의하여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도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00다49091 판결을 관련 법리로 인용한 후, “현장에서 피고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자는 원고인 점, 원고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조합에 납입해야 할 분담금 대부분을 부담했고, 피고의 실질적 금전부담은 없었다.”는 등의 사정을 근거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C조합 가입자격이 있는 피고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되, 내부적으로는 아파트의 소유권을 원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명의신탁약정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주위적 청구인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분담금을 부담했는지와 무관하게 아파트의 원시취득자는 C조합이고, 원고 명의로 아파트의 소유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마쳐진 사실도 없으므로 원고는 아파트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음으로 피고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 이행 대위청구에 대해서도 먼저 “명의신탁약정이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타인을 통해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했다면 이때의 명의신탁 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므로, 설령 계약의 상대방인 매도인이 그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 명의신탁관계는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이 원칙이다.”라는 대법원 2013스133 결정과 2016다207928 판결을 인용했다.
이어 “조합원의 자격은 이 사건 계약의 전제 조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택법 및 그 시행령에서도 엄격히 규제하는 사항으로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 그 적용을 함부로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20다237100 판결).”면서, “이 사건 계약서는 조합원 자격이 있는 피고 명의로 작성됐고, 조합 역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해 피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쳐주었으며, 조합원들에게 환급해야 할 등기비용 및 기타비용 역시 피고 명의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다. C조합과 피고는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가 모두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거래를 했다.”고 짚었다.
또한 ‘조합의 대의원 2인과 감사 2인이 원고와 피고의 내부합의에 따라 실제 수분양자는 원고이고, 명의만 피고로 분양받은 것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사실에 대해서도, “C조합의 대의원 및 감사 중 일부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를 원고라고 인정할 수 없고, C조합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피고가 아닌 원고에게 귀속시킬 의도까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는 원고가 아니라 피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는 C조합에 대해 이 사건 계약에 기초한 권리를 가지지 않으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원고 적격이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명의신탁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전세보증금 및 환급금 반환 청구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면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02다 66922 판결). 계약명의신탁에 있어 매도인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0다41348(본소), 2010다41355(반소) 판결].”면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조합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 사실을 알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명의의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해 유효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대내외적으로 취득했다.”고 설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