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하청노동자 깔림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첫 번째 판결이다.
2022년 3월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설비 보수작업을 하던 60대 하청노동자가 방열판이 떨어져 덮치면서 사망했다. 크레인으로 방열판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낡은 섬유 벨트가 끊어져 1.2톤 무게의 방열판이 노동자를 덮쳤던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지웅 부장판사, 박연주·홍진국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성O식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법인인 한국제강(주)에게는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1억 원을 선고하고, 사망한 하청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인 강백산업 강O길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과 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이유에서 먼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산업재해 및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는 근로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문제로서 예방의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중대재해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사고의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하게 한다. 또 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을 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돼 시행된 것”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어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해당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 성O식은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이번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성O식과 한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준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종 평가기준이 마련되기도 전에 이번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자신들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상참작 사유 주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공포된 날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시행 유예기간이 있었던 점, 한국제강 사업장의 경우 시행 유예기간 중에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관계로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다른 사업장에 비해 긴절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성O식의 죄책은 상당히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고, 한국제강 법인에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양형이유로 경영책임자의 다수의 동종 처벌전력과 적발내역을 적시했다.
한국제강의 경영책임자는 2021년 5월에도 사업장에서 40대 노동자가 화물차와 부딪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해 2022년 5월 1심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2023년 2월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1천만 원의 형으로 감형돼 확정됐다.
한국제강은 2020년 12월의 고용노동부 사고예방 감독과 2021년 5월의 정기감독에서도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다.
더욱이 2021년 5월에 이어 2022년 3월 2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진행된 2022년 6월의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도 안전조치의무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성O식 대표는 2007년부터 15년 이상 한국제강의 대표이사직에 있었고, 하청업체인 강백산업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제강과 제강 및 압연 보수작업 도급계약을 해왔던 업체였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반영해 하청노동자 중대재해에 대해 법 위반이 지속되어 왔던 원청기업 한국제강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실형 선고를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면서도, “지난 1호 판결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낮은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양형 선고가 향후 기준가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는 논평을 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이번 선고는 단순히 중대재해가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은 것이 아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재해였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었고, 이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라면서, “이번 선고가 중대재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안전보건은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가치임을 경영인들이 깨닫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제1호 판결’로 4월 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온유파트너스 법인에게 ‘벌금 3천만 원’의 형을 선고한바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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