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2018. 9. 21. 취임했던 ‘이석태’ 헌법재판관이 14일 4년 7개월 만에 정년으로 퇴임했다.
헌법재판소는 2023. 4. 14.(금)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헌법재판소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석태 헌법재판관 퇴임행사를 열었다.
다음은 이석태 헌법재판관의 퇴임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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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 헌법재판관 퇴임식(사진=헌법재판소) |
존경하는 소장님, 헌법재판관님들, 사무처장님 그리고 사랑하는 연구관, 연구원님들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모든 분들의 지도와 가르침, 격려와 도움으로 4년 7개월 남짓 되는 헌법재판소에서의 소임을 마치고 퇴임하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낮은 자세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볼 때, 큰 허물없이, 그리고 건강에 커다란 지장 없이 재판소를 떠나게 된 데에 대하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행스러움과 과분함을 느낍니다. 이는 전적으로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들과 저희 가족을 비롯한 친구, 친지들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 모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 서니 처음 재판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젊고 유능하며 친절한 비서관, 청문회 때 일과 후까지 자기 일처럼 도와준 비서, 무슨 일인지 부탁만 하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려 하는 주무관님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이후 제 임기 절반 무렵까지 성심성의껏 재판관 비서실 근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분들의 조언과 조력이 없었더라면 제 재판관 직무는 중심을 잃고 표류했을지 모릅니다.
이분들과 이어서 재판관 비서실 업무를 맡아 한 지금의 비서관, 비서, 주무관님에게도 함께 사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출·퇴근 시 및 기타 업무상 필요에 의해 이동할 때 저의 발이 되어 주고, 처음 차 문을 열고 승차한 때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단 한 번의 가벼운 접촉 사고 없이 안전하게 차 운행을 맡아 해 준 운전 주무관님 또한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재판소 내 모든 사무실이 다 그렇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방 또한 극히 청결했습니다. 마루를 어찌나 잘 청소하고 빈틈없이 소제하는지 바닥에서 윤이 나 마치 잘 닦인 거울 같았습니다. 이 깨끗함과 세심하게 정돈된 사무실 모습이 매사 부족한 제 재판관 생활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때 출근과 퇴근의 일상적 기초와 바른 몸가짐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큰 표시 안내고 묵묵히 환경 미화 업무를 충실히 해 주신 담당 직원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이제는 마스크 쓰기 해제와 더불어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거의 사라진듯합니다. 그러나 한창 감염의 위협이 헌법재판소 전체로 막 스며들어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될 무렵부터, 이후 2년 이상 헌법재판소 가족들의 체온을 매일 출근 시 점검하는 등 건강을 보호하고, 청사 관리 등 안전 직무에 힘써 준 보안 담당 직원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저 또한 건강을 유지하며 여하한 위험으로부터 적절히 거리를 두면서 사건 기록 검토에 진력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식당을 잠깐 언급하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희 식당이 제공하는 식단은 가격의 저렴함은 물론 메뉴의 다양성과 맛의 면에서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 탁월하다고 들었습니다. 오전에 일찍 출근하는 직원 등을 위한 별도의 메뉴도 있습니다.
이는 식사를 준비하는 영양사를 포함한 담당 직원들의 재판소 가족들에 대한, 마치 내 식구처럼 대하는 두터운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재판소의 활기찬 분위기는 좋은 식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영양사를 비롯한 식당 업무 담당 직원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여 일상적으로 재판 사무 관련 행정 업무를 조금의 차질도 없이 처리해 온 심판사무과 및 사무처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정말 특별한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재판관으로 임용된 초기부터 연구관 및 연구원들이 헌법재판소의 능력을 신장하고 평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외부에서 파견된 법관 연구관 및 검찰 연구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은 재판소가 맡아 하는 모든 사건의 연구 보고서, 외국 문헌 및 사건 관련 참고 자료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재판관들이 최신, 최선의 연구보고와 자료를 토대로 평의에 임하고 그렇게 해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연구관 등의 실력이 헌법재판소 역량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관 등의 열린 사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헌법재판소의 미래를 담보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연구관 등의 연구에 의존도가 컸던 저로서 큰 빚을 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존경하는 소장님, 재판관님들,
그동안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결정들에서 저는 대체로 안타깝게도 분명하고 뚜렷한 결론을 갖지 못해 마지막까지 망설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논의 중인 사건에서 법리적인 면과 설득력의 면에서 저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 동료 재판관님들의 견해에 기댄 바가 컸습니다.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결정들에 참여한 것은 큰 명예였으며 이는 소장님을 비롯한 동료 재판관님들의 혜안과 노고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헌법재판소를 떠나려 생각하니 여러 추억이 떠오릅니다. 제 삶에서 헌법재판소는 가장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시간을 내어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 4. 14.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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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 헌법재판관 퇴임식(사진=헌법재판소) |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