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문화체육관광부가 뮤지컬 공연 출연료 미지급 사건과 문학 레지던스 불공정계약 사건 등 예술인권리침해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시정명령은 특히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위원회 구성 후 첫 의결이자 위원회 결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린 첫 시정명령이다.
앞서 예술인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피해구제위원회(위원장 김기복)는 2023. 3. 2.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사건을 심의한 결과, 예술인권리침해행위를 확인하고 해당 예술사업자에게 시정명령 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다.
본래 각각 4건과 6건이 신고됐던 사건이 병합돼 총 2건으로 심의가 진행됐으며, 관련된 예술인 총 10명에 대한 권리침해가 확인돼 시정명령이 이루어졌다.
국가나 예술지원기관은 <예술인권리보장법>에 근거해 기간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사람 또는 사업자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
▶ 청년 예술인 6명, 출연료 5,700만 원 미지급에 대한 시정명령
문화체육관광부는 먼저 뮤지컬 출연 배우 6명에게 출연료 총액 약 5,700만 원(최소 770만 원, 최대 1,36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A뮤지컬제작사에게 미지급한 출연료 등을 지급해 ‘적정한 수익배분을 지연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뮤지컬 출연 배우 6명은 2022년 약 2달간 뮤지컬 배우로 실연(實演)했으나, A뮤지컬 제작사로부터 해당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건 신고인들처럼 청년 배우의 경우,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해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지급 대상에서도 경력이 더 많은 배우에게 먼저 지급돼 후 순위로 될 수 있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특성도 확인됐다.
출연료 미지급 사건의 경우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되는 사건 중 56.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있다는 점에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민법상 예술인의 출연료 채권 소멸시효는 1년으로 짧기 때문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대표 박영정)은 시효연장 등 법률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 문학 레지던스 입주작가 4명 대상, 불공정계약 강요에 대한 시정명령
문화체육관광부는 입주작가에 대한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한 문학 레지던스 운영 B예술사업자에게 계약서 변경 및 재발방지 대책 제출을 명령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문학 레지던스를 운영하는 B예술사업자는 문학 작가 대상으로 창작과 거주를 위한 공간을 6개월간 제공하면서, 입주작가 계약서, 저작권 비독점적 이용 허락 계약서 등을 체결했다.
이에 레지던스 입주작가 4명은 해당 계약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했다.
이 사건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 레지던스 입주 시 B예술사업자는 계약서에 작가들의 서명을 받고 바로 회수해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서면계약 교부 의무를 위반했다.
입주작가들은 계약체결 당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웠고, 이후에도 계약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심의 과정에서 2건의 ‘불이익한 계약 강요’ 행위와 1건의 ‘불공정한 계약 강요’ 행위를 확인했다.
작가모집 공고와 계약서 등에 작가가 입주하고 제출해야 할 작품의 구체적인 분량을 제시하지 않았고, 작가들이 입주 시 제출한 계획과 매월 제출한 창작일지에 대한 고려와 협의 없이, 작가들의 거주 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작품 분량을 일방적으로 200자 원고지 200매 분량으로 설정하고 통지한 행위는 불이익한 계약 강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레지던스 입주계약서 중 ‘계약에 명시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계약의 해석상 의견이 상이한 경우에는 서로 합의하되, 합의되지 않을 때는 레지던스의 의견에 따른다.’라는 내용도 ‘불이익 계약 강요 행위’로 판단해 계약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수준을 넘어서는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한 피신고인의 행위는 ‘불공정한 계약 강요’ 행위에 해당함을 확인했고, 계약서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분야 표준계약서가 없어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예술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계약서 실태를 파악하고, 올해 안에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2022. 9. 25.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이후 신고된 예술인권리침해 사건은 총 73건이다. 이 중 시정명령 10건(2건으로 병합 처리), 조치 전 이행 5건, 종결 3건으로 총 18건이 처리됐다.
현재 위원회 심사 중인 사건은 15건이며, 당사자 간 조정 진행 중인 건은 3건, 나머지 37건은 사실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예술인권리침해행위를 당한 예술인은 ‘예술인신문고’를 통해 신고할 수 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연계된 자문 변호사의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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