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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신탁 부동산 매각대금 중 66억여 원 은행에 미지급한 부동산개발법인 대표···횡령은 ‘무죄’

민사상 채무불이행은 별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는 무죄
[한국법률일보] 은행에 부동산을 담보 신탁하며 대출을 받은 후 담보부동산 매각대금 중 일부인 66억여 원을 채권자 은행에 지급하지 않고 임의로 취득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채무자를 무죄로 판단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 유주현·주재오 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개발법인 대표 A씨에게 피고인은 무죄라는 판결을 선고했다.(부산지방법원 2022고합460)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인정사실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의 부동산개발법인인 B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A씨는 2007. 11. 29.C은행으로부터 1,600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부산 사상구 소재 토지 4,457.87등 합계 43,250.97상당의 토지 및 그 지상건물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각 부동산을 C은행 명의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씨는 이어 대출금 변제를 위해 각 부동산의 매도를 C은행으로부터 위탁받고, C은행을 위해 보관하게 된 각 부동산 매도대금 전액을 C은행 명의로 근질권이 설정된 B사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출약정 등을 체결하고, 그 무렵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B은행 명의로 마쳤다.

이후 B사는 2008. 4. 24.경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분할한 후 분할등기를 하고, B사의 각 부동산 지번별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 요청에 C은행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담보신탁계약을 합의해지한 후,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B사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따라 A씨는 2009. 8.경 불상의 장소에서, ‘부산 사상구의 토지 4,457.87D주식회사에 대금 624120만 원으로 매도하고, 그 대금을 받아 보관하던 중, 2009. 8. 28.경 매도대금 액수를 줄인 위장(이중) 계약서를 작성한 후, 매도대금 명목으로 52억 원을 지정 계좌로 입금하고, 남은 매도대금 104120만 원은 임의로 취득했다.

A씨는 2009. 8. 28.경부터 2012. 11. 20.경까지 이와 같은 방법으로 27회에 걸쳐 662480만 원을 임의로 취득했다.

B사는 2022. 11. 23. C은행에게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원리금 전액을 변제했다.

검찰에 의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와 변호인은 재판에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한 매도대금은 C은행의 소유가 아니라 피고인 측에 귀속되는 재물이므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금원을 C은행을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면서, “따라서 피고인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먼저 관련 법리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해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해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201717494 판결을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록상 C은행이 B사에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위탁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고, 나아가 B사는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담보신탁계약의 해지에 따라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의 소유권을 재차 취득한 후 매도한 이상 그 매도대금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사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더욱이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에 따르면, 본래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은 C은행의 책임 하에 공개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으나, C은행은 대출금의 조속한 상환을 위해 B사의 담보신탁계약 해지 요청에 적극 동의하면서 B사의 주도 하에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용인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등을 설시하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횡령 금액이 C은행 소유의 재물이라거나 C은행과의 관계에서 피고인이 위 돈의 보관자 지위에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의 실제 매도대금 중 일부를 지정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대출약정 등을 위반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평가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C은행 소유의 돈을 횡령했다거나, 피고인이 위 차액 상당의 돈에 관해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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