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양승태(69세, 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이상훈(61세, 10기), 박병대(60세, 12기)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16일 조재연(61세, 12기) 법무법인(유) 대륙아주 변호사와 박정화(51세, 20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면서, "두 후보자는 모두 사회 정의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은 물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 대법원장의 이번 대법관 제청에 대해, 그동안 대법관 후보로 ‘서울대 출신의 현직 남성 고위법관’들이 거의 획일적으로 제청되던 것에 비해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순수 재야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하지 못하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거나,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 등으로 정당성이 훼손된 대법원장의 부적절한 대법관 제청권 행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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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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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변호사는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성균관대 야간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2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조 변호사는 1982년부터 판사로 11년간 재직하면서, 1985년 '민중달력'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피의자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고, 1987년 조업 중 납북되었다 귀환 후 간첩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부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하는 등 군사정권 치하에서도 시국사건에 대한 소신 판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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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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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고,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0년에는 여성 법관 최초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돼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국민은행이 정규직 근로자보다 적은 금액의 통근비와 식대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으며, 2015년 4월부터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이번 대법관 제청 직후 “변호사 중에서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관이 고위 법관의 최종 승진자리로 운영되어 온 종전의 관행을 타파하고, 여성을 제청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제청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오랫동안 순수 재야변호사로 활동해 온 김선수(56세, 17기) 후보가 제외된 점에 대하여는 유감을 표한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내년 1월 2일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임으로는 반드시 순수 재야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제청할 것”을 촉구했다.
김한규(46세, 36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청된 두 분은 매우 훌륭한 분이시지만,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어, 법원내부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금번 제청권행사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정신에 반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16일 공개한 ‘대법관 임명제청 후보자 8명의 대법관 임명 적격여부에 대한 입장문’에서, 조재연 후보자에 대해서는 “군사정권시절 소신 있는 판결과 기개 있는 행동을 보여 준 사례가 있으며, 재야에서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흠결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의견을 낸 반면, 박정화 후보자에 대해서는 “현직 법관으로서 법원구성원들로부터는 자질과 성품 등에 있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대형유통업체 의무휴업일 지정에 대한 취소결정 등의 판결들을 통해 보면, 박 후보자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소수자 및 약자를 위한 소신 있는 판결을 해야 하는 대법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대법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의 임기 중 올해 9월 임기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과 대법관 13인 중 김재형 대법관(2022년 9월 퇴임)만을 제외한 12인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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