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검사가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을 잘못 기소해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이 검찰의 뒤늦은 비상상고와 대법원의 공소기각 판결로 14년 만에 바로 잡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안철상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61세)에게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해 확정된 사건의 비상상고심에서 원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0오4)
B씨(42세)는 2008년 10월 13일 오후 9시 33분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6%의 술에 취한 상태로 마티즈 차량을 약 800미터 운전하다가 단속됐다.
그런데 이 사건 담당 검사는 B씨의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면서 청구서에 B씨가 아닌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를 기재했고, 법원은 2008. 11. 17. 약식명령 청구서상의 인적사항 그대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는 약식명령(2008고약26793)을 발령했다. 이 약식명령은 2009. 1. 15. 그대로 확정됐다.
뒤늦게 담당 검사의 잘못을 발견한 검찰은 2020년 8월에서야 검찰총장 명의로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따라 비상상고를 제기했고, 잘못된 기소와 판결은 14년 만에서야 대법원에서 바로 잡혔다.
비상상고는 확정판결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한 법령위반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 법령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제기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대법원 제3부는 이 사건 판결이유에서 먼저 “형사소송법 제248조에 의해 공소는 검사가 피고인으로 지정한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공소제기의 효력은 검사가 피고인으로 지정한 자에 대하여만 미치는 것이고, 검사가 공소장에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잘못 기재한 채 약식명령을 청구해 당사자의 표시상 착오가 있는 경우 그 공소장에 기재된 사람에게는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법원으로서는 형식상 또는 외관상 피고인의 지위를 갖게 된 자에게 적법한 공소의 제기가 없었음을 밝혀주는 의미에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를 유추적용해 공소기각의 판결을 함으로써 피모용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명확히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다.”라는 대법원 97도2215 판례를 인용했다.
대법원 제3부는 이어 “피고인에 대하여는 이 사건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를 유추적용해 공소기각의 판결을 함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이러한 조치 없이 약식명령이 그대로 발령․확정됐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정한 심판이 법령에 위반된 것이고,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 해당한다.”면서,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 단서에 따라 원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를 유추적용해 공소를 기각하기로 판결한다.”라고 판시했다.
공소기각 판결은 검사의 공소제기에 관할권 이외의 형식적 소송조건이 결여되거나 절차상의 하자가 있는 경우 적법하지 않은 기소로 인정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법원의 형식재판이다.
한편 A씨는 2008년 검찰의 약식기소와 법원의 약식명령에 대응하지 않았고, 이번 대법원의 공소기각 판결문도 ‘폐문부재’로 A씨에게 송달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문부재'는 송달받을 장소에 문이 닫혀져 있고 사람이 없어 법원에서 보내는 문서가 수신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