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앞으로 유족에게 배달된 화환을 장례식장 사업자가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일체의 음식물 반입을 금지할 수는 없게 된다.
장례식장은 보통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족이 갑자기 이용하게 돼 경황이 없고, 장례에 대한 정보도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장례식장이 이용자를 상대로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전국 15개 장례식장 사업자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화환 임의처분 조항, 외부 음식물 반입불가 조항’ 등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거리두기 완화로 장례식장 조문 및 이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고, 특히, 병원 장례식장은 환자가 치료 중 사망하는 경우 같은 병원의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접근성이 편리해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전국 대학병원 직영 장례식장 등 안치능력, 빈소 수 기준 일정 규모 이상의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22개 사업자들의 약관에 대해 직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5개 사업자들에게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위반 혐의가 발견됐고, 해당 사업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약관 조항을 모두 자진 시정했다.
▶ 화환 임의처분 조항
공정위는 먼저 칠곡경북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 등 9곳의 장례식장에서 사용 중인 유족에게 배달된 화환을 사업자가 임의로 폐기하거나 재판매를 금지하는 약관조항은 화환에 대한 유족의 처분권한을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고 정부정책에도 반하는 것으로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하는 불공정 약관으로 보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화훼농가 보호를 위해 공공시설로 운영되는 장례식장에는 신화환만 비치하게 했으나, 2019년 <화훼산업법>을 제정해 판매자가 재사용 화환임을 표시해 판매하는 경우 화환의 재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유족의 화환에 대한 처분권을 보호하기 위해 장례식장이 임의로 파쇄․폐기하는 조항은 삭제하되, 장례식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유족이 일정 시점까지 스스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유족이 처분하지 못할 경우에 한해 사업자에게 처분을 위탁할 수 있게 했다.
▶ 외부 음식물 반입불가 조항
단국대병원천안과 아주대병원, 부산시의료원 등 7곳의 장례식장에서는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이 장례식장 사업자가 제공하는 음식물 사용을 강제해 유족의 문상객 접대 음식물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장례용품의 구매 강제를 금지하는 <장사법> 위반 소지도 있다면서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하는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했다.
이에 사업자들은 일체의 반입을 금지하는 조항은 삭제하고, 조리된 음식 등 변질 가능성이 있어 식중독, 전염병 등 위생상 제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만 반입 제한 범위를 한정하고, 조리된 음식이더라도 사업자와 고객이 협의해 음식물 반입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자진시정했다.
▶ 사업자 배상 시 보험 활용 조항
서울성모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은 사업자가 고객에게 손해를 배상할 경우 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약관조항을 두고 있었다.
공정위는 영업배상책임 등 사업자가 가입하는 보험에서는 과실책임에 한정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고의에 의한 배상책임은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손해에 대한 온전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 조항도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하는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보험으로 배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업자가 책임지도록 시정했다.
▶ 사업자에게 유리한 계약해석 조항
전북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계약 당사자 간 합의되지 않은 사항은 사업자의 해석·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합의되지 않은 사항은 관계 법령과 일반 관례에 따르도록 시정하게 했다.
▶ 장례식장 내 사고발생에 대한 사업자면책 조항
울산대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장례식장 등 4곳에는 사업자의 귀책 여부에 관계없이 장례식장 내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 도난, 분실 등에 대해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사업자 면책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 약관조항은 <약관법> 제7조 제1호에 위반되는 불공정 조항으로 보았다. 이에 사업자들은 시설물의 하자, 종업원의 고의 또는 과실 등 사업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가 그 손해를 배상하는 것으로 시정했다.
▶ 부당한 유족배상·재판관할, 보관물품등 임의폐기 조항
이외에도 유족의 대리인 및 방문객이 고의 또는 과실로 병원 소유 물건과 부대시설 등을 손괴 했을 경우에 유족이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부당한 유족 배상조항’은 삭제하도록 하고, 발인 후 3일 이내에 찾아가지 않은 보관물품을 임의폐기 처분하고 이의제기할 수 없도록 한 ‘보관물품 등 임의폐기 조항’은 삭제하고 유족에 대한 통지의무를 두도록 했다.
공정위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이번 장례식장의 고질적 불공정 계약 관행 시정을 계기로 장례식장 관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장례서비스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관행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에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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