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기업의 도산 등으로 인해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먼저 지급하는 ‘대지급금’(체당금)을 부정수급한 사업주들이 잇따라 구속되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지청장 전현철)은 11일 허위근로자 50여 명을 모집해 ‘간이대지급금’(소액체당금) 6억7천여만 원을 지급 받게 한 후, 대부분의 금액을 회수하는 수법으로 부정수급한 A씨(만 59세)를 <임금채권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3일에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청장 민길수)이 하도급업자들이 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하게 한 뒤 채무를 벗어나는 수법으로 4억8천9백만 원을 부정수급한 인천 연수구 소재 C인테리어 대표 B씨(만 51세)를 <임금채권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2021년 개정 ‘임금채권보장법’ 시행으로 ‘체당금’에서 ‘체불임금등 대지급금’으로 변경된 ‘대지급금’은 근로자가 기업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임금 등을 지급 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 등을 지급함으로써 체불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대지급금은 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 결정, 지방고용노동관서의 도산 등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도산대지급금’과 미지급 임금 등의 지급을 명하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로 체불임금 등이 확인된 경우 퇴직 근로자 또는 최저임금 110% 미만 저소득 재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간이대지급금’이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장의 경영이 악화되자,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갚아야 할 채무가 있는 지인들에게 접근해 “나중에 변제하면 문제없다.”라고 속여 부정수급에 가담하게 하고, 허위근로자들이 간이대지급금을 지급받자 대부분의 금액을 회수해 편취한 후, 생활비 및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6명의 모집책을 동원해 5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모집책들도 부정수급에 가담하는 한편, 본인이 모집한 지인들로부터 부정수급액 일부를 편취한 것으로 확인돼 이들도 함께 사법처리를 받게 됐다.
이 사건은 전북 남원시의 C업체에 대한 다수의 임금체불 진정서가 접수되자, 서류를 유심히 살펴본 담당 근로감독관이 이를 수상하다고 여겨 수사에 착수했고, 경남 함양군 소재의 D, E업체까지 부정수급에 이용한 사실을 확인해,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A씨는 허위근로자들에게 출석 조사를 연기하라고 하거나, 구체적인 진술 방법을 지시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한 후 원룸이나 모텔을 전전했는데, 근로감독관들이 10여 일간을 끈질기게 추적해 잠복 수사한 끝에 A씨가 거주하고 있던 모텔 인근에서 체포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이번 수사를 위해 80건이 넘는 계좌추적·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면밀한 자금추적 등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힌 결과 A씨는 임금체불 근로자를 위한 대지급금 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부정수급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상당해 구속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인 20여 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허위로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실업급여 1억7천여만 원을 부정하게 받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이재훈 근로감독관은 “대지급금 제도는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서, 이를 악용하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이므로, 부정수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금체불 신고사건을 더 면밀하게 조사하는 한편, 이번 사건과 같이 고의적인 부정수급에 대해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 제1항 제1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