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원·국회 등 14만여 명 이상의 입법·사법·행정부 공무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이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전후 벌여온 윤석열 정부의 책임회피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참사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재난 지휘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2일 발표한 ‘헌법상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먼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책임을 방기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성명에서 “참사 전 4시간 전개 과정을 살펴볼 때 정부의 무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국정농단 박근혜정권의 판박이였고, 참사 후 3일 동안 정부의 행태는 1987년 국민을 속이려고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변명했던 군사독재 전두환 정권의 모습이었다.”고 질타했다.
공무원노조는 “참사 이후 정부는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했다.”면서, “이상민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변명했고, 정부는 애도기간을 선포한 후 버젓이 공문을 내려 ‘참사’를 ‘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자’로 축소·왜곡시켰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조문 역사상 유례없이 글자 없는 검은 리본 부착과 영정사진·위패 없는 조문소를 만드는 해괴한 분위기도 연출했다.”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정부 방침에 따라 애도만 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156명의 생때같은 희생자와 오열하는 유족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을 우롱하고, 참사 책임을 면피하려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공무원노조는 “게다가 정당한 비판 여론에 대해 ‘선동적·정치적 주장’이라는 매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정부 태도를 보면 “가만히 있어라!”는 세월호 당시와 다름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책임을 오히려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려고 애도기간 중 공직기강 감찰 운운하는 공문을 뿌려 대다수 공무원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1일 드러난 참사 전 4시간 동안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부는 골든타임을 허송으로 보내버렸다.”면서, “행안부장관의 “매뉴얼이 없고 급박한 상황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발언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은 아니다”라는 망언은 불과 3일 만에 정부가 얼마나 뻔뻔한 변명을 한 것인 지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비명소리와 함께 “압사당할 것 같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 등 11건의 위험 징후 신고가 112로 접수되었지만 필요한 조치는 없었다.”면서, “게다가 핼로인 축제 이틀 전 배포된 용산경찰서 ‘이태원 핼러윈’ 관련 보도자료의 10만 인파 집결 언급으로 참사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은 112신고 전모가 드러나자 폭발한 분노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사과를 했다.”고 꼬집었다.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국가의 책임은 더욱 명확해진다.”면서,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집행하는 책임 부처를 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에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제6조에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로 규정하고 있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은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이 있을 때에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로 세부 집행을 책임 지우고 있다.”고 적시했다.
공무원노조는 “시대 역행적 ‘경찰국 신설’로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경찰을 손 안에 넣은 법 전문가 행안부장관이 이런 헌법과 법률 조항이 있음에도 책임 회피로 급급해 온 것이다.”라면서, “종합해 볼 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국가’는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총체적 무관심과 무책임이 이번 참사를 키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공무원노조는 “156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고, 유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고, 국민들의 마음은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이번 참사의 수습책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지휘책임자에 대한 처벌뿐이다.”라면서, “하지만 수습과 원인규명을 해야 할 국무총리, 장관, 경찰청장 등은 현재까지의 행태로 가늠해 볼 때 자격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끝으로 다시 한번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정부 차원의 석고대죄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참사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재난 지휘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하나. 정부는 참사를 왜곡·축소하는 관제 애도 방식(용어, 리본 등)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당장 철회하라.
하나. 정부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상규명을 위해 거국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 가동하고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특단의 수습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상명하복의 체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경찰 등 모든 하위직 공무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우를 범하지 말라.
하나. 사회적 참사에서 공무원 인력의 절실함을 깨닫고 인력감축계획 당장 중단하고 재난 안전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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