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특정보험사 추천 변호사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조정심의위원회'(분심위) 위원으로 위촉돼 특정보험사 사건을 판단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자동차사고 분쟁조정 심의절차와 기준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현재 자동차사고로 과실비율 분쟁이 발생하면, 양측 운전자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 또는 공제사를 통해 분심위 심의를 청구해 분심위 심의절차를 통해 과실비율을 결정한다. 자동차보험사와 공제사들의 상호협정상 소송전 분심위 판단을 받아야 하는 사실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대법원은 확정된 분심위 결정에 대해 민사상 화해계약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실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총 50명의 변호사로 구성되는 분심위 심의위원 전원이 보험사가 추천한 변호사들로 위촉돼, 분심위 심의가 특정보험사 추천위원이 특정보험사 사건을 담당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개 손해보험사와 6개 공제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 등의 심의에 관한 상호협정'(상호협정) 제12조 제1항 제1호는 “해당 심의청구사건과 직접·간접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심의청구사건의 심의·결정에서 제척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분심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이해관계 당사자가 제척된 사실이 없었다.
또 상호협정 시행규약 제7조는 “위촉 심의위원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협정회사 및 참가기관의 추천 또는 일반공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해 보험사의 추천과 일반공모를 통해 심의위원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분심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보험회사의 추천으로만 위원을 선정했고, 일반공모는 단 한 번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황운하 의원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심위의 위원선정을 투명하게 하고, 위원이 심의청구 건에 이해관계가 있으면 심의를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분심위의 자동차사고 과실 비율 판단을 위한 기준도 문제가 많다고 짚었다.
손해보험협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분심위 결과에 불복해 제기된 소송에서 과실비율이 다르게 산정되는 경우, 분심위는 그 판결결과를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판단기준에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은 "분심위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은 보험사, 수사기관, 법원에서도 과실비율 산정에 참고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준이므로, 자동차 운전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신속히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운하 의원은 끝으로 “교통사고에 따른 과실비율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불만이 많다. 보험사의 과실비율 판단에 불만이 있는 운전자들이 분심위 절차를 거치는데, 특정보험사에서 추천한 위원이 특정보험사의 사건을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기준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분심위 결과에 불복해 진행된 소송에서 판단한 결과와 분심위 판단결과를 과실비율 산정기준에 반영해 심의기준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과 소송 전 분쟁해결 수단으로써 운전자 보호를 목적으로 손해보험협회가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조정심의위원회'에 청구된 심의건수는 ▶ 2017년 61,406건, ▶ 2018년 75,597건, ▶ 2019년 102,456건, ▶ 2020년 104,077건, ▶ 2021년 113,80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