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2021년 7월 도입된 <양육비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제재조치> 대상자가 증가하고 지급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양육비 채무불이행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됐던 정모씨는 2천330만 원을 지급한 후 운전면허정지처분이 철회됐고, 김모씨는 양육비 채무 6천520만 원을 지급한 후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명단에서 삭제됐다.
여성가족부는 7일 개최한 제26차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에서 양육비 채무불이행자 89명에 대한 제재조치를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이 여섯번 째 제재조치 결정으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시행 이후 가장 많다.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고의적인 양육비 채무불이행자 제재조치 대상자들은 '명단공개 11명, 출국금지 25명, 운전면허정지 53명'이고, 이들의 전체 채무액은 56억4천425만 원이다.
명단공개대상자들의 채무액을 보면, 대구의 이모씨가 1억1,840만 원, 경기 수원의 이모씨 1억4,580만 원, 강원 영월의 김모씨 1억90만 원, 부산의 조모씨 9천만 원, 경기 안성의 이모씨 5,700만 원 등이고, 출국금지 요청대상자들은 이모씨 2억4,240만 원, 강모씨 1억6,665만 원, 지모씨 1억4,295만 원, 한모씨 1억3,190만 원 등이며, 운전면허정지처분 요청대상자들의 채무액은 김모씨 1억5,170만 원, 차모씨 1억3,530만 원 등이다.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가 2021년 10월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첫 운전면허정지 등 제재조치를 결정한 이후 이번 결정까지 양육비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제재조치 대상자 총 267명 중 양육비 채무액 전부를 지급한 사례는 5건이고, 일부를 지급한 사례(운전면허정지 8건·명단공개 1건)는 9건 총 14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양육비이행법 및 시행령에 따라, 양육비 미이행으로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즉시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운전면허정지’요청과 ‘명단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운전면허정지’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생계유지 목적으로 운전면허를 사용하는 경우는 양육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고, 명단공개는 양육비 채무자가 실종·파산선고,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는 공개에서 제외되며, 양육비 채무액 중 절반 이상을 이행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이행계획을 제출한 경우는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공개에서 제외될 수 있다.
‘출국금지’ 요청은 양육비 채무가 ‘5천만 원 이상이거나 3천만 원 이상인 상태에서 최근 1년간 국외 출입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양육비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며, 국외에 거주하는 직계존비속이 사망하거나, 사업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가지고 출국하려는 경우, 본인의 신병치료 등 양육비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출국금지 해제 요청대상이 된다.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운전면허정지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생계형 운전면허자 선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운전면허정지처분 요청 제외 대상자 선정기준’도 의결했다.
기존에는 대상자의 의견진술 등을 토대로 생계형 운전면허자 여부를 판단했으나, 선정기준이 마련되면서 더 엄밀한 생계형 운전면허자 구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양육부·모의 양육비 청구 등 이행 서비스 서류 제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한부모가족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등 행정정보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별도로 제출하지 않고 확인하도록 <양육비이행법> 시행규칙을 7월 26일 개정했고, ‘양육비 청구 및 이행확보를 위한 법률지원의 종류에 따라 첨부해야 하는 서류 고시’도 제정해 이달 7일부터는 법원 제출서류도 간소화 됐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양육비 이행지원 제도가 개선되면서 비양육부·모의 양육비 불이행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양육부·모의 불편함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양육비 이행 지원서비스를 받는 한부모와 간담회 등을 통해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바뀐 제도가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양육비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제재조치>는 ‘법원의 감치명령’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년 9월 <양육비이행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감치명령은 인신구속을 명하는 것이어서 수위가 높은 제재 수단인데, 양육비 채무자가 위장전입 및 잠적 등의 방법으로 우편송달을 회피해 감치 신청 기각 혹은 재판 지연을 유도하고 있고, 양육비 지급 불이행자가 우편물을 받지 않는 경우 감치명령 소송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법원의 이행명령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면, 양육비 채무자를 제재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면서, “양육비 지급 불이행만으로 양육비 채무자에게 행정 및 사법조치를 취하고 있는 외국의 추세를 반영해, 양육비 지급 불이행자 제재 요건으로서의 감치명령 절차를 일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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