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피해자와 10년 전부터 만나 오랫동안 교제를 해 온 사이였던 점”
“피해자와 8개월 전부터 만나 교제를 해 온 사이였던 점”
“피해자와의 이혼 과정에서 저지른 것으로 보여”
최근 스토킹 범죄사건에서 법원이 판결문의 양형이유로 밝힌 감형사유들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관계 또는 이혼 과정이었던 점이 감형사유로 판시되고 있는 것은 법원이 재범 양산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도 용인시정)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다른 혐의가 포함되지 않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 95건을 대법원에서 받아 전수 분석한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탄희 의원실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받은 28건 중 40%에 달하는 11건과 벌금형 26건의 절반을 넘는 14건이 연인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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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이탄희 의원실 제공자료 편집) |
실제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징역형은 16%에 불과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실형이 내려진 판결이 6건 중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이 밝힌 판결문 내용 중에는 2022년 4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세 번에 걸쳐 스토킹 범행을 저질러 세 번 모두 처벌을 받은 가해자 A씨가 같은 피해자에 네 번째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도 있었다.
또 같은 기간 수원지방법원에서는 법정구속 된 스토킹 범죄자 B씨가 구치소에서 또다시 편지로 스토킹을 했음에도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 내용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B씨에게 실형 대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심지어 B씨는 집행유예 후 피해자에게 본인이 풀려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계좌번호로 특정 금액을 입금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합의 종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을 법원은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것이다.
법원은 심지어 “이혼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부인의 차량에 번개탄을 가져다 놓고 50여 차례 전화한 C씨에게 “피해자의 외도를 알게 됐다는 범행 동기를 이해할 만하다.”면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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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의원실 제공) |
이에 이탄희 의원은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에게 “연인관계에 있던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피해자는 재범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연인관계여서 당하는데 연인관계였다고 감형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연인관계가 스토킹 범죄의 감형사유가 될 수 있는지 물었고, 이에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실제 판결문에서 확인되는 정보들만으로도 ‘이름, 나이, 직업, 거주지, 전화번호, SNS 계정’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출퇴근 정보, 직장 동료, 주요 주차 위치’ 등까지 광범위했다. 이 때문에 ‘성형수술하기 전까지는 스토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호소가 온라인상에 가득하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신당역 사건의 피해자 패싱 > 故人이 영장기각 후 남긴 말 “제 일인데 저만 빼고···”
이탄희 의원은 “신당역 사건의 경우 전주환의 영장실질심사 개시와 기각 사실에 대해 어떤 수사·사법기관도 피해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실제 피해자는 ‘제 일인데 저만 빼고 진행되고 있다.’라며 변호인에게 자신의 불안감을 호소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피해자 패싱’을 막아야 피해자가 경찰의 신변보호조치 요청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은 끝으로 “‘연인관계였으니 봐준다, 이혼과정이었으니 봐준다.”는 황당한 감형 판결을 한 법원이 재범 양산의 공범”이라고 지적하면서, “영장심문기일을 피해자에게 통보해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고, 영장기각 시 피해자에 해당 사실을 반드시 알려 최소한의 신변보호 요청이 가능하도록 대법원 예규를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고, 이에 김상환 법원행정처 처장은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