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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집회 참석사실 숨긴 확진자 주변 연쇄감염, 손해배상책임은 없다···왜?

법원, 청주시의 방역지침위반 시민 상대 손해배상청구 ‘기각’
[한국법률일보] 2020년 코로나19 역학조사에서 광화문집회 참석 사실을 숨기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실시 행정명령을 거부해 형사처벌을 당한 확진자에게, 지자체가 주변인들의 연쇄감염으로 인한 방역비용 관련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방역지침을 위반한 시민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최초의 사례였다.

김모씨는 2020815일 서울에서 열린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다가 거주지인 청주시로 돌아왔고, 충청북도지사는 같은 달 18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2020818일부터 2020828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령해 청주시는 청주시 관내에 있는 광화문집회 참석자를 조사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청주시는 2020826일 김씨에게 광화문집회 참석 여부를 문의했는데, 김씨는 참석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후 주간보호센터에 입소해 생활하던 김씨의 시어머니 B씨와 다른 입소자 C, 주간보호센터 직원 D씨가 2020828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김씨는 같은 달 2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광화문집회 참석사실이 없다고 거짓 진술하고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20211013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청주시는 202011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김씨에게 광화문집회 참가사실을 확인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으나 A씨는 고의로 사실을 은폐한 후 코로나19 검사도 거부했다. 광화문집회에 참가한 김씨는 적극적으로 방역당국에 협조해 2차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청주시의 정당한 방역활동과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감염확산의 원인을 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김씨를 상대로 김씨 관련자들의 진단검사비와 입원격리자들의 치료비 중 본인부담금, 생활지원금 등 총 5208770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방법원 민사7단독 김룡 부장판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를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시킨 행동을 함으로써 원고에 대해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했다.(청주지방법원 2022. 8. 26. 선고 2020가단37836)

김룡 부장판사는 판결이유로 원고의 주장은 피고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음에도 이를 감추는 등 방역위반행위를 하다 주위에 코로나19를 전파시켰다는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광화문집회에 참석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면서, “오히려 코로나19의 잠복기가 통상 5~7일임에 반해 피고가 광화문집회 참석일로부터 열흘이 지난 2020825일 처음으로 기침 증상이 발현됐다가 2020829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은 점, 피고와 함께 광화문집회에 간 지인들이나 서울에서 피고와 접촉한 사람은 모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는 광화문집회 이후에 집회와 무관하게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의 시어머니인 B씨와 주간보호센터 직원인 D씨 등이 피고보다 앞선 2020828일 양성판정을 받은 점, 피고가 기침 증상을 처음 보인 2020825D씨 역시 인후통의 증세를 보인 점, 광화문집회에서 피고와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과연 시어머니 B씨 등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킨 사람이 피고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울러 방역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비나 피해자에 대한 지원비를 부담할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나 지자체가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그 실질이 방역위반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우회적인 형태의 심리적 강제라고 보이고, 행정상 의무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 민사상의 손해배상 의무까지 광범위하게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할 수 있으므로, 방역위반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감염병에 감염되었거나 이를 의심할만한 충분한 증상이 있음에도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여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시킬 위험성이 높은 행동을 한 경우 등과 같이 필요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피고의 방역위반행위가 있을 무렵까지는 감염병예방법에서 방역위반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았다.”고 설시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상 손해배상청구권 조항인 72조의2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청장, ·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이 법을 위반하여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시킨 자에 대하여 입원치료비, 격리비, 진단검사비, 손실보상금 등 이 법에 따른 예방 및 관리 등을 위하여 지출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202139일 신설됐다.

이 사건은 원고 청주시와 피고 김씨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 914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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