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원 공보판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익명화된 ‘미확정’ 형사판결문들을 기자들에게 열람하게 하고 기자와 언론사가 이를 바탕으로 판결기사를 작성·보도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예방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되고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노정희 대법관, 주심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대한민국, 연합뉴스와 그 소속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원고패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다286352)
30대 여성인 A씨는 2012년 상대방 몰래 혼인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인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및기록행사죄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백만원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가 심리한 항소심에서도 2013년 8월 23일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됐다.
전주지방법원 공보판사는 2013년 8월 27일 법원출입기자들에게 최근 선고된 익명화된 판결문들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연합뉴스 최영수 기자는 A씨의 형사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토대로 ‘짝사랑 남성 몰래 혼인신고한 여성 벌금형’이라는 제목으로 A씨의 성과 나이, 직업, 사건개요, 재판부의 판단 등을 담은 기사를 작성해 보도했다.
이 판결기사는 다수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연합뉴스 보도 직후 30여 개의 신문사와 방송을 통해서도 보도됐고, SNS를 통해서도 퍼져 나갔다.
이에 A씨는 전주지방법원 공보판사가 법원출입기자들에게 확정되지 않은 자신의 형사사건 판결문을 위법하게 공개했고, 최영수 기자와 연합뉴스는 형사법정에 참관하거나 당사자 취재도 없이 판결문만을 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진실을 조작한 기사를 작성·보도해 자신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3억7천5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와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는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1·2심 재판부는 먼저 공보판사의 판결문 공개에 대해 “비실명 처리된 것일지라도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을 취재기자들에게 열람하도록 한 행위는 일응 적절해 보이지 않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판결의 공개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 원리이고, 공보판사는 A씨의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부터 일반인에게도 확정된 형사판결문에 대해 열람 및 복사 청구를 허용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보판사가 피고에게 비실명화 처리한 판결문을 열람시킨 행위에 위법이 있다거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의 심리·선고는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기자는 재판 방청을 통해 사건 내용을 취재·보도할 수도 있었고, 기사 내용은 동의 없는 혼인신고에 대한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및기록행사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것이어서 시사성이 적지 않아 사생활 침해 정도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커 보이며, 성씨와 연령, 직업, 사건개요 만으로는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기사에 쓰인 ‘짝사랑 남성’이란 표현도 동의 없이 일방적인 혼인신고를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언론자유의 한도를 넘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설시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상고장이 접수된 지 11개월 만에 대법원 제3부는 공보판사의 판결문 공개의 위법 여부에 대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개인정보보호법>과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예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사건 기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그 내용도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예방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명예훼손에서 허위사실과 공익성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A씨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국회 웹사이트의 국민제안란에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중단하십시오. 법원판결 기사의 비밀’(2022-08-27)과 ‘인간이길 포기한 판사들과 절대권력 연합뉴스’(2022-09-07)라는 장문의 글을 게시하고, “연합뉴스는 검찰도 법원도 건드리지 못하는 절대권력이 되었습니다. 사법시스템으로 판사에게 받은 피해를 처벌, 손해배상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1. 판사(법원)에게 받은 피해 구제를 하십시오. 2.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중단하십시오.”라는 국민청원을 등록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