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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철면피·파렴치·양두구육·극우부패세력” 쓴 송일준 PD연합회장···대법원 "모욕죄 처벌X"

1·2심 유죄→대법원 무죄취지 파기환송 “공적사안 비판과정에 사용, 사회상규 위배안돼 위법성 조각”
[한국법률일보] SNS에서 특정인에 대해 파렴치, 철면피,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등의 모욕적 표현을 썼더라도 공적 사안에 관한 비판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경우에는 모욕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재판장 박정화 대법관, 주심 노태악 대법관, 김선수·오경미 대법관)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016897)

2017727일 당시 한국PD연합회장이었던 송일준 MBC 심의국 라디오심의부 심의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나쁜 짓한 거 고발 당했다." 고영주.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역시 극우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양심과 양식을 대표하는 인사가 맡아야 할 공영방송MBC의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리에 앉아 버티기 농성에 들어간 김장겸체제를 뒤에서 지탱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송일준 PD연합회장을 고소했고, 검찰은 공연히 모욕한 것으로 판단해 20199월 벌금 1백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

서울지방법원은 201912월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했고, 송일준 당시 광주MBC 사장은 바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윤혜정 판사는 이 사건에서 '조작질', '철면피', '파렴치' 등은 비속어는 아니지만 인신공격성 표현으로 모두 모욕에 해당하고, 위법성도 인정된다.”면서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송일준 사장은 공인이든 사인이든 구분하지 않고 모욕을 너무 쉽게 인정하고, 판사에 따라 기준이 들쭉날쭉한 것도 큰 문제다. 끝까지 다퉈 판례를 남기는 것이 공적 인간으로서 나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항소했다.

2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부상준 부장판사)202011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라는 표현에 관한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고, 공소사실 중 간첩조작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면서, 양형은 1심과 동일하게 벌금 50만 원의 선고유예형을 선고했다.

송일준 사장은 공인으로서 최종 유죄든 무죄든 또 하나의 판례를 남겨 기준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다시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상고심 접수후 19개월여 만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 제1부는 먼저 관련 법리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그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해 구성요건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표현 당시 한국PD연합회의 협회장으로 MBC 경영진과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MBC를 감독하는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장인 피해자가 MBC 경영진을 비호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과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관여했던 사안과 관련해 고발을 당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이를 공유하면서 이 사건 표현이 포함된 글을 게시했다.”고 짚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피해자가 또 고발당한 것을 보면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양심과 양식을 대표하는 인사가 맡아야 할 공영방송 MBC의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자격이 없고, 피해자가 이사장 자리에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파렴치’, ‘철면피또는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끄러움을 모른다’, ‘지나치게 뻔뻔하다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이 있다는 뜻으로, 특히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라면서, “‘극우부패세력은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1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공적 활동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는 기사를 통해 피해자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강조하기 위해 이 사건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행위와 관련된 이 사건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 거나 악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표현에 대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모욕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표현이 형법 제311조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표현 자체의 문제점은 지적하는 한편, 공적 사안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의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보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해 비정치적 영역에 비해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다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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