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노조 새 집행부의 전임 집행부 위원장 등 조합원 제명처분은 무효”

“제명은 불가피한 경우 최종적 수단으로만··· 제명사유 증명책임은 처분자에게”
[한국법률일보] 노동조합의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전임 집행부의 직무유기, 왜곡된 정보제공 등을 사유로 전 노조위원장 등을 제명한 것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재량권을 벗어나 균형을 상실한 처분을 한 것으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서범준 부장판사, 노형미·김종우 판사)는 전 노조위원장 박모씨와 노사대책부장인 백모씨가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원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1. 피고가 2021. 6. 25. 원고들에 대해 한 각 제명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2. 7. 14. 선고 2021가합209458)

박씨는 201611월부터 201910월말까지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 노조위원장으로 백씨는 쟁의부장 및 노사대책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윤모씨가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윤씨는 박씨의 재임기간을 제외하고는 19976월부터 현재까지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 노동조합은 20216월 박씨와 백씨를 대상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같은 달 확대간부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에서 제명하는 내용의 징계처분을 했다.

박씨와 백씨는 이에 불복해 조합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20217월 재심 징계위원회에서도 같은 의결이 나오면서 제명처분을 최종 통보받았고 이에 같은 해 9월 대구지방법원에 노동조합원 징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의 박씨와 백씨에 대한 제명처분 사유의 요지는 단체협약서 보관 및 인수·인계 미이행, 단체협약 체결과정에 대한 직무 유기 및 허위 주장, 20196월 임·단협 관련 설명회와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와 관련해 왜곡된 정보제공으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침, 2019년 단체협약상 각종 수당과 상여금 규정 삭제, 조합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2019년 임금인상 동결을 합의해 노조 활동 방해, 조합 결의 위반 등이었다.

박씨와 백씨 측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루어진 제명처분은 무효라면서, “만일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제명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20223월부터 6월까지 매월 1회씩 4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쳐 변론을 종결하고 지난달 14일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이유에서 먼저 "어떠한 단체가 그 존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단체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고 이를 위반한 구성원에 대하여 징계를 한 경우 징계의 상당성 여부에 대하여는 가능한 한 그 단체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징계권 역시 합리적인 범위 내 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징계권의 행사가 구성원의 행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상실 한 경우 그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징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특히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구성원의 의사에 반해 그 구성원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완전히 박탈시키는 것이므로, 단체의 목적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노동조합에서의 제명처분은 그 조합원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에 참가 할 자격까지 박탈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편 제명처분의 무효를 다투는 사건에서 제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제명처분을 한 피고에게 있다."는 관련 법리를 설시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사안 판단으로 들어와 “2017·2019년 단체협약안은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 대표이사와 노조 대표자인 원고 박씨의 서명이 돼 있지 않은 문서로 효력이 없고,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에 장기간 상호 서명·날인 없이 단체협약 개정 내용을 인정해 온 사실이 있어도 이를 달리 볼 수 없다.”면서, “또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와 피고는 단체협약과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단체협약에 포함돼야 할 내용 중 신속한 합의가 필요한 세부 항목에 관해서는 2017·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를 작성해 상호 서명·날인하고 그에 따라 근로자의 처우를 달리 해왔던 점, 그럼에도 2019년 단체협약안은 그 해의 주요 반영사항으로 취급되는 2019년 임금 및 단체 교섭 합의서의 일부 항목이 누락된 점, 2017·2019년 단체 협약안은 C에서 작성해 원고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는 했으나 이후 그 내용에 대해 상호 확인하고 합의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을 볼 때, 2017·2019년 단체협약안은 불완전하게 작성됐고, 그 작성과정에서 유효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어 그렇다면 원고들이 2019년 단체협약안에 기재된 대로 2019년 임금 동결과 각종 수당 삭제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조직원의 단결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2017·2019년 단체협약안을 후행집행부에 인계하지 않은 것 또한 피고의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으로 원고들의 임기 중 단체협약이 없었다면 그 자체로 피고 집행부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들은 C와 단체협약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의 내용을 구성하는 2017·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를 완성했기 때문에 원고들이 직무를 유기해 피고의 활동을 방해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임금 및 단체교섭을 위한 설명회 당시 왜곡된 정보제공으로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관하여도 "원고 측이 불리한 부분을 일부 삭제한 글을 게시해 조합원들에게 협의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설명회 당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정보제공의 기회를 가진 점을 볼 때, 이것 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밖에 원고들이 조합원 결의에도 20193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불리한 제도개선안에 합의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는 피고 규약 제57조의 1에 따라 제명 후 6개월이 지나면 복권을 신청할 수 있음을 들어 제명처분이 과중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복권 결정은 과반수 참석에 참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는 피고 규약 제32조상의 임원 징계에 대한 대의원회의 결의 요건과 같으므로 제명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당사자가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원고들 소송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참길의 박정민·구인호 변호사가 담당했고, 이 판결은 피고 타이코에이엠피 주식회사 노동조합이 항소하지 않아 202283일자로 그대로 확정됐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서울 아04223

Copyright ⓒ 한국법률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