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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치매 환자라도 공증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 입증 안되면 ‘유언철회공증’은 유효”

“유언의 의사능력은 의학적 판단 아닌 개별 유언행위 관련 법적·규범적 판단”
[한국법률일보] 유언자가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치매를 앓고 있었더라도 의사능력을 상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요건을 갖추어 이뤄진 유언철회공증은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서범준 부장판사, 노형미·김종우 판사)는 유언집행자가 수증인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공증무효확인등 소송에서 유언집행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법원 2022. 7. 21. 선고 2019가합205484)

고인이 된 A씨는 19987월경 기억력 장해 발생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한 결과 혈관성 치매 의심 소견을 보여 같은 해 10월 경부터 외래 및 약물 치료를 받았다.

A씨는 20095월 공증인가 법무법인 대구종합법률사무소에서 자신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소유한 대지와 건물 부동산 10건 중 8건을 차남에게, 나머지 두 건을 삼남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으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2009년 제647호 유언공증)

이후 20131A씨 소유 토지 중 일부에 대해 증여를 원인으로 3남 및 3남의 처에게 각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차남은 20134월 대구가정법원에 2013느단896 성년후견심판 청구를 해 20145A씨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아 같은 달 31일 확정됐다.

그런데 20135A씨는 법무법인 삼일에서 공정증서 작성 방식으로 2009년 제647호 유언공정증서를 철회했다.

그리고 A씨가 사망했고, 20178월에는 A씨 소유의 나머지 대지와 건물 부동산에 관해 상속을 원인으로 부인과 아들 3인에게 각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졌다.

이후 202010월에는 고인 A씨의 부인도 사망했다.

그러자 공증인가 법무법인 대구종합법률사무소 2009년 증서 제647호 유언의 유언집행자는 유언철회공증은 치매로 의사능력이 없던 망인에 의해 작성됐고, 망인이 구술로 진정한 유언철회의 의사를 표시하는 등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흠결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09년 제647호 유언공증에 근거해 부동산의 소유자인 차남에게 진정명의회복으로서 유증 대상 부동산 각 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원고인 유언집행자측은 “A씨가 전반적인 인지 기능상의 장해가 뚜렷하게 관찰되며, 지속적인 주의 집중에도 어려움이 관찰돼 의사소통과 거동 및 전반적인 자조 기술 등에서 모두 심한 장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능력과 빠른 현실 판단 능력 또한 매우 저조한 상태이다.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심신상실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구가정법원 2013느단896 사건에 제출된 20131114일자 감정평가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A씨가 그 유언의 내용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음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언에 요구되는 의사능력은 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식별능력으로서 그 성격 등에 비추어 재산적 행위에 요구되는 정도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면서, “그리고 유언에 필요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는 의학적인 판단이 아니라 개별 유언행위와 관련한 법적·규범적 판단이므로, 설령 당시 망인의 상태를 의학적으로 치매 또는 심신상실 등과 같이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망인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시했다.

유언철회공증에 기재된 망인의 서명 부분이 망인의 자필임과 망인이 공증사무실에 방문해 이를 작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면서, “설령 유언철회공증 작성 당시 망인의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유언철회공증은 망인의 부동산 10(대지와 건물을 하나의 집합체로 보면 5)을 차남과 삼남에게 유증하려 했던 것을 철회하는 내용으로, 공정증서 작성의 법적 효과가 망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거나 난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유언공증은 충분한 경험을 갖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의해 주재됐는데, 만약 망인의 의사능력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변호사가 이를 발견했을 것이며 적절한 조치 없이 유언공증을 강행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처럼 유언철회공증이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공정증서 당시 망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유언철회공증은 유효하고, 그 기재에 따라 차남에게 부동산을 유증하는 내용이 기재된 2009년 제647호 유언공증은 철회됐으므로, 진정명의회복을 이유로 차남에게 피고들이 부동산의 각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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