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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무실 창문에 대형전단지 붙여 CCTV 가리면 '재물손괴죄'?

1심 벌금형→2심은 무죄 “재물손괴의 개념 지나치게 확대해석”
[한국법률일보] 남의 사무실 창문에 메모지와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출입문 셔터를 내려 사무실 안에서 밖을 촬영하는 CCTV를 가린 행위를 재물손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 주우현·김아영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벌금 30만 원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2487)

대구 수성구의 한 건물 2층에서 골프채 수리업을 하는 A씨는 아래층에서 개인연구소를 운영하는 B씨가 평소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의 자동차에 대해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가 A씨는 2018915일경부터 20191016일경까지 총 14회에 걸쳐 이 건물 1층 개인연구소 앞에서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라고 적힌 메모지 또는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건물 1층 셔터를 내려 CCTV를 가리는 방법으로 CCTV의 촬영기능을 일시 상실하게 해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사무실 앞 실내유리에 외부를 촬영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해둔 점, 그런데 피고인이 대형전단지를 유리벽에 부착하거나 B씨 사무실의 셔터를 내림으로써 CCTV의 렌즈 부위가 가려져 외부를 촬영할 수 없게 된 점, 피고인이 대형전단지 등을 부착하게 된 이유는 B씨가 CCTV를 통해 A씨 고객들의 불법주정차를 단속한다는 생각에 이를 촬영하지 못하게 하고자 함이었던 점 등을 종합해 A씨의 행위는 CCTV를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해당해 재물손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면서, 벌금 30만 원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측은 항소하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이 출입문 셔터를 내린 정도가 CCTV 화면의 절반 중 윗부분을 가린 정도에 불과해 촬영기능이 상실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설령 재물손괴가 성립하더라도 피해자의 CCTV 설치 목적이 위법하고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사도 무죄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 및 CCTV 영상 캡쳐사진 등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고, 피고인의 행위는 CCTV의 촬영 기능을 일시 상실해 손괴한 것에 해당함에도 이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유죄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무실 내에 설치된 CCTV에 대해 어떠한 유형력의 행사나 물리적인 접촉 없이 단지 사무실 창문의 바깥쪽 유리면에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사무실 창문 밖 출입문 셔터를 일부 내리는 행위를 했을 뿐이다.”라면서,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CCTV가 작동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CCTV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촬영 및 녹화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시했다.

이어 다만, 피해자가 촬영하고자 의도했던 특정 장소의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아 CCTV를 설치함으로써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의도한 CCTV 사용 목적 내지 촬영 목적이 방해됐을 뿐이다.”라면서,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CCTV의 본래적 촬영 기능은 유지되나 피해자의 개별적인 사용 목적이 방해되는 경우 그것이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 경우에도 CCTV를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재물손괴죄로 의율하는 것은 형법 제366조에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과 형벌법규 엄격 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물손괴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라고 판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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