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미성년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영상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미성년 피해자들의 법정 출석 진술이 불가피해짐에따라 이로 인한 2차 피해의 우려가 큰 가운데, 미성년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맞춤형 증거보전절차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정부 입법으로 추진된다.
법무부는 '전문조사관에 의한 전담조사제 신설, 19세 미만 등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마련, 19세 미만 등 성폭력범죄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에 대한 특례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2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증거보전절차는 공판절차의 증거조사 시기까지 기다려서는 증거를 이용하기 곤란할 때 미리 증인신문 등을 통해 그 증거를 조사해 결과를 보전해두기 위한 절차로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라 검사 등의 증인신문 등 증거보전 청구와 판사의 결정으로 개시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피고인의 반대신문 없이 영상물에 수록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에 대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했다.(2018헌바524)
이에 법무부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친화적 증거보전절차 등을 도입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수사 과정에서 미성년 또는 장애로 심신미약인 성폭력범죄 피해자(미성년 등 피해자)의 진술을 영상녹화 했을 때 원칙적으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위한 증거보전절차를 통해 피의자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고, 이러한 경우 공판절차에서 피해자 증언 없이도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반대신문을 포기하거나 미성년 등 피해자가 사망, 질병 또는 트라우마, 공포, 기억소실 등 사유로 법정 진술이 불가능할 때는 증거보전절차 없이도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러한 증거보전절차 진행 시 미성년 등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증인신문 방식과 장소 등에 관해 미성년 등 피해자의 특성에 맞춘 특례를 신설했다.
개정안은 증거보전기일 이전에 신문사항과 방법 등 결정을 위한 준비절차를 거치고, 법정이 아닌 별도로 마련된 아동 친화적인 장소에서 훈련된 전문조사관이 피해자에 대한 신문을 중개하며 그 과정을 비디오 등 중계장치로 법정에 전달되도록 해 피해자가 피의자를 대면하거나 공격적인 반대신문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방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신문과정에서 피의자 등은 법원에 추가 필요사항의 신문을 요청할 수 있고, 법원은 전문조사관과 전자장치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추가 신문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의자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했다.
이외에 국제아동인권규범을 반영해 미성년 등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를 거치면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이 미성년 등 피해자의 이익을 최상으로 고려해 특별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특별한 보호조치는 ▶동일인 조사 원칙, ▶절차 지연 방지, ▶아동친화적 장소 조사 원칙, ▶피고인 접촉·대면 방지, ▶무관한 성적 이력 등 질문 방지, ▶명확하고 충분한 절차 설명 등이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관계자는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개정안에 따른 증거보전절차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는 인적·물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유관기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유관기관 실무협의체는 법무부, 여성가족부, 대검찰청, 경찰청으로 구성되며, 아동친화적 증거보전제도의 구체적 시행방안 등의 논의를 위해 29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