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대학 강의 중 학생들에게 “너는 치마가 짧으니까 남자가 좋아하겠다." “여자는 허벅지가 붙어야 이쁘다.”, “애를 낳으려면 몸을 불려야 한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강제추행을 한 대학교수를 해임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천대엽 대법관, 주심 민유숙 대법관, 조재연·이동원 대법관)는 전 삼육대 일본어학과 교수 민 모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청구소송에서 민씨의 승소로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2두31136)
민 교수는 대학 강의 중 학생들에게 “너는 치마가 짧으니까 남자가 좋아하겠다. 결혼 빨리하겠네.”, “나는 너 같은 빨강색이 좋아. 너 입술색.”, “여자는 허벅지가 붙어야 예쁘다. 너는 매력이 없다.”, “그렇게 비치는 옷을 입으니 살랑살랑하니 다리가 예뻐 보인다.”, “여자들은 벗고 다니기를 좋아해서 여름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또 복도에서 한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순간적으로 허리 부분까지 터치했다. 강의 중에는 학생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외국식 인사라며 강제로 악수하게 했고, 학생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일정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삼육학원은 2019년 2월 삼육대학 일본어학과 학생들에게 수차례 성희롱과 강제추행 등을 한 민 교수를 해임했다.
민씨는 해임에 불복해 2019년 3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9년 6월 해당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보고 민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민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민씨는 재판과정에서 “특정 발언들은 한 사실 자체가 없고, 일부 발언의 경우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표현을 왜곡해 징계사유로 인정했으므로 부당하다."면서, 강제추행 부분도 "학생 진술이 추상적이고 번복되었기에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 이 사건 해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해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 발언이 이뤄진 상황과 맥락,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위와 정도, 각 행위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그 비위의 정도가 원고를 해임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해임 당시 시행되던 구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이 이 사건 해임에는 적용되지 않고, 2019년 4월 16일 법률 제16310호로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66조 등 개정 법령의 취지에 비춰 이 사건 규칙을 해임에 준용할 수 있다고 봐도 징계사유가 반드시 파면 내지 해임의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제2부는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대학교수로 높은 직업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는 원고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통해 여성비하 발언, 성희롱, 인신공격, 신체접촉 등에 대해 지속해서 이의제기를 해왔음에도 비위행위를 반복했다.”면서, “교원으로서의 신뢰를 실추시킨 원고가 다시 교단에 복귀한다고 할 때 이 모습을 교육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학생들이 과연 <헌법> 제31조 제1항이 정하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적 권리를 누리는 데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이어 “원고의 성희롱은 고의에 의한 행위이거나 설령 고의가 아닌 중과실에 의한 행위일지라도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강제추행은 고의에 의한 행위로서 파면 또는 해임의 징계가 가능한 이상, 이 사건 해임이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비해 가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을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교육공무원에 대해 적용되는 이 사건 규칙이 이 사건 해임에 적용되지는 아니하나, 사립학교 교원징계위원회가 징계양정을 하거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 사건 규칙을 참작하거나 적어도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와의 형평을 고려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명확히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실무 운영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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