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2021년 5월에 발생한 청주 여중생 투신 사망사건이 남긴 과제로, 형법 상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자가 피해 아동의 보호자일 때는 수사 개시와 함께 아동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 아동을 보호조치 해야 한다는 입법안이 제안됐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8일 발행한 ‘이슈와 논점’에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방안: 청주 여중생 투신 사망사건이 남긴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친족 성범죄는 외부로 그 사실이 알려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사건”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는 ‘학대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학대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현저한 경우 사법경찰관리 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피해아동 등의 보호를 위해 응급조치(1호 아동학대범죄 행위의 제지, 2호 아동학대행위자를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3호 피해아동등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4호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제3호의 조치를 하는 때에는 피해아동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피해아동등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아동등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12일 두 명의 여중생이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동반 자살했다. 사망한 이들 중 한 명의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의붓딸인 아름이(가명)를 학대하고, 집에 놀러 온 딸의 친구 미소(가명)를 성폭행한 것이 동반자살의 이유였다.
허 조사관은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아름이와 미소의 반복적인 진술과 고통 호소에도 가해자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은 기각되거나 반려되고, 경찰 스스로 영장 청구를 취소하는 등 가해자 제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피해자 유족을 돕고 있는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에 따르면, 계부와의 분리 필요성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경찰이 공휴일에 집에서 계부와 함께 있는 아름이에게 전화로 분리 의사를 물어보는 등 아동·청소년 피해자 보호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령에 근거해 응급조치 제3호 조치를 취해 아름이를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할 수 있었다면 아름이는 수사 개시 후 약 3달의 시간을 가해자인 계부와 단둘이 한집에서 지내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현행법은 응급조치를 강행규정으로 두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아동등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문구를 추가했다. 그러면서도 아동의 의사를 제외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률 또는 규칙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 조사관은 “해당 규정은 아동·청소년이 가족들의 회유와 설득, 종용, 그리고 가족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분리 의사를 내비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경찰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법집행의 기준을 명확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을 구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친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전격 폐지하는 일 역시 친족 성폭력 근절에 있어서 우리사회가 조속히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매해 평균 405건의 친족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2021년 경찰에 신고된 친족 성폭력은 모두 424건이다.
허 조사관은 “이는 강간과 강제추행만을 집계한 발생 건수이고, 친족 성폭력은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20~30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범죄 발생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친족 성폭력 사건의 압도적인 피해자는 여성이고 연령이 낮을수록 피해율이 높았다. 2021년 기준 신고된 424건 중 불상 15건을 제외한 신고 건수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396건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15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은 174건(여 167건·남 7건)에 이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1년 상담통계’ 상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친족 성폭력에 대한 상담은 꾸준한 증가추세다. 2018년 전체 성폭력 상담의 5.4%를 차지했던 친족 성폭력 상담 비율은 2021년 14.2%로 늘었다.
2021년 상담통계 현황을 보면, 친족 성폭력 가해자의 98.7%가 남성이고, 성폭력 유형은 강제추행과 강간에 집중됐다. 친족 성폭력 피해 중 강제추행과 강간의 비중이 89.5%에 달해 전체 성폭력 피해에서의 강제추행과 강간 비중 71.3%보다 약 20%포인트 높았다.
피해자 현황을 보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96.1%가 여성이었다. 피해발생 시기가 집중된 연령대는 8~13세의 아동기로 이 시기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상담자의 비율은 44.7%에 달했고, 이어 14~19세에 해당하는 청소년기가 26.3%, 7세 이하 유아의 성폭력 피해도 11.8%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통계에서 아동기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답변이 9.7%인 것에 비추어 볼 때 경찰 자료와 마찬가지로 친족 성폭력 피해 연령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 확인된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