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행정청의 잘못된 결정으로 지급된 보상금을 환수할 때는 그 대상자가 받게 되는 불이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해 불이익 지나치게 크다면 보상금을 환수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독립유공자법) 제36조는 보상금을 받은 사람이 보상을 받은 후 그 보상을 받게 된 사유가 소급해 소멸한 경우 그 보상받은 원인이 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면 그가 받은 보훈급여금등을 환수하지 않고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본인의 잘못 없이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으로 등록돼 보상금을 지급받아 모두 소비했는데 이후 보상금 수급권이 취소된 사람에게, 행정청이 그가 지급받은 보상금의 반환을 명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독립유공자 A씨의 자녀가 2019년 모두 사망하자, 관할 보훈청장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2020년 1월 A씨의 손자녀 중 후순위인 B씨를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으로 등록했다.
이에 선순위인 C씨는 2020년 1월 A씨에 대한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 등록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B씨에 대한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 등록 결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관할 보훈청장은 2020년 12월 다시 B씨를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으로 등록했다.
이에 B씨는 2021년 1월 재차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같은 해 8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씨를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으로 등록한 것은 관계 법령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위법하고, C씨가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관할 보훈청장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C씨를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으로 결정했다.
관할 보훈청장은 B씨의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 보상금 수급권을 최초 등록일로부터 소급해 소멸시키면서, B씨가 지급받은 보상금을 반환하도록 했고, B씨는 보상금까지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과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씨는 최초 등록일로 소급해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 보상금 수급권이 소멸됐고, B씨가 보상금을 지급받은 것은 B씨의 잘못이 아니라 관할 보훈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보이므로 B씨는 보상금 반환의무 면제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B씨가 지급받은 보상금을 소비한 것은 관할 보훈청장의 2020년 1월과 12월 두 차례 결정을 신뢰한 것으로 보이고,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는 B씨에게 이미 소비한 보상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B씨의 생활안정에 중대한 불이익이 될 것으로 봤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씨에 대한 보상금 환수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이번 행정심판을 계기로 행정청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국민이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