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집무실 앞 행진을 금지한 서울용산경찰서장 통고의 효력을 정지하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 지은희·김도형 판사)는 11일 대통령 용산집무실 인근 100m 집회를 금지한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금지통고에 대해 본안 판결시까지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2022아11236 결정).
앞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공동행동은 2022년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앞두고 5월 14일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녹사평 이태원광장까지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행진을 개최하겠다는 집회신고를 지난달 19일 서울용산경찰서에 제출했다.
그런데 서울용산경찰서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신고한 행진에 대해 행진 경로 중 일부 구간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100m와 겹치고, 따라서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 제3호의 옥외집회 금지장소인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함을 이유로, 지난달 20일 옥외집회부분 금지통고를 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함께 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11일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내리고 집행정지결정정본을 즉시 양 당사자 소송대리인들에게 송달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관저(官邸)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으로서, 집시법 제11조 제3호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
아울러 “종래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의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가 제한되었지만 이는 대통령 관저 인근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제한함에 따른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서울용산경찰서장의 금지통고는 신청인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이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인근 교통정리 및 경호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신청인 스스로도 시간대별로 구체적인 이동장소를 특정해 일부 구간은 인도 및 횡단보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그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예정하고 있고, 신청인이 목적하는 표현의 자유는 신속하고 1회적인 방법으로 행진 경로를 통과하는 것으로도 달성 될 수 있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해 ‘행진구간은 1회에 한하고 1시간 30분 이내에 최대한 신속히 통과할 것’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결정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공동행동은 “이번 판결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하여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자의적으로 금지한 경찰의 유권해석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집무실 인근 집회를 보장한 것으로서 의의가 크다.”면서 해당 판결을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에 따라 5월 14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는 용산역을 지나 이태원광장까지 성대히 개최될 예정이다. 혐오를 끝내고 세상을 바꾸며 시대를 만드는 성소수자들의 거침없는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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