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중학교 동창인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성관계 사실을 여학생의 남자친구 등에게 폭로해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가해 학생과 그 부모는 피해 여학생 유족에게 총 1억5백만 원의 위자료와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민사6단독 임진수 판사는 2018년 사망한 여중생 A양의 유족이 가해자 B군과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1, A2(피해 여학생의 부모)에게 각 45,000,000원, 원고 A3(피해 여학생의 동생)에게 1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 7. 31.부터 2022. 4.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인천지방법원 2021가단236356)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2003년생인 B군은 2017년 7월경 인천 미추홀구의 한 산책로 부근 숲에서 A양에게 “성관계를 한 번 하자. 만약 성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네가 다른 남자친구들과 성관계를 한 사실을 소문내겠다.”라고 협박한 후 A양을 위력으로 간음했다. 또 같은 해 가을에도 B군의 주거지에서 같은 방식으로 협박해 A양을 간음했다.
B군은 이와 같은 범행으로 2021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 6월 등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B군은 또 2017년 가을과 2018년 봄에 A양이 교제하던 남자친구들에게 연락해 A양이 자신과 성관계를 한 사실을 언급했고 이로 인해 A양은 남자친구들과 헤어지게 됐다.
B군은 자신이 A양의 남자친구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캡처해 A양에게 보내기도 했고, 자신이 활동하던 클럽의 구성원들에게 A양이 남자친구 및 자신과 성관계룰 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A양은 2018년 7월 자신의 집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임진수 판사는 A양이 B군의 범행과 명예훼손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피고들은 불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하지만, 망인은 사망 직전 매우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과 정서불안 상태에 있었고, 그와 같은 정서적, 심리적 병중상태로 인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양의 술을 마시게 됐으며, 그로 인해 정상적인 자기조절능력을 상실해 자신의 신체가 위험에 처하도록 하고, 그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데, 망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그와 관련된 망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피고의 위와 같은 일련의 불법행위가 망인이 사망 직전에 극도의 우울, 불안, 자기학대 등과 같은 정서적, 심리적 병증상태에 이르게 된 유력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설시했다.
임 판사는 아울러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질 때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바, 피고 B는 위와 같은 가해행위 당시 중학교 2학년 내지 3학년 학생으로서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었고, 그 부모인 피고 B1, B2와 주거를 함께 하면서 경제적인 면에서 의존하는 등 보호·감독을 받고 있었으므로, 피고 B1, B2은 위 가해행위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고 B가 그와 같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면서, “피고들의 위와 같은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망인의 가족들인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들은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 판사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망인과 피고의 나이, 원고들과 망인의 관계, 불법행위의 태양 및 정도, 그 이후의 정황, 망인의 사망 경위와 원인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망인의 경우 5천만 원, 원고 부모에 각 2천만 원, 원고 동생에게 1천500만 원으로 정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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