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한없는 그리움으로, 변호사님의 발자취를 오랫동안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0일 별세한 ‘시국사건 1호 변호사’이자 ‘1세대 인권변호사’인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추모했다.
민변은 21일 추모성명을 통해 “말이 넘치는 세상이라지만, 변호사님을 떠나보내는 우리 모임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낼 문장을 감히 찾을 수 없다.”면서, “아무도 진실을 묻지 않았던 유신시대 법정에서 변호사님께서는 모든 법률가의 귀감이 되는 성실하고 훌륭한 변론을 하셨습니다.”라고 기억했다.
이어 “‘법대 위에서 진실에 침묵하는 판사들이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도록’ 법리에서도 한치의 부족함이 없었고, 법정에 선 피고인들이 조금이라도 위축되지 않도록 투쟁의 정당성에서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용기 있는 변호인이셨다.”며 “‘분지 필화사건’, ‘동백림 사건’, ‘오적 필화사건’,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등 시대의 진실이 담긴 사건들에서 변호사님은 온몸으로 ‘하나의 진실’을 지켜내는 외로운 소명을 언제나 마다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또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된 김규남 의원을 애도하는 수필 〈어느 사형수의 죽음 앞에서 - 어떤 조사(弔辭)〉의 반공법 위반으로, 다른 한 번은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피고인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르고, 변호사 자격이 박탈되는 상황에서도 옥중에서 새롭게 저작권을 공부하고, 삶에 대한 여유와 유머를 놓지 않으셨다.”며 “민주화 이후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올바른 감사제도와 사법개혁에 헌신한 변호사님은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셨다.”고 추모했다.
민변은 “변호사님께서는 늘 스스로 인권변호사라고 소개하지 말라고 하셨다. 변호사라면 모름지기 인권 변호가 본연의 업무인데, 본업을 하는 사람을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셨다.”며 “인권변호사를 부르는 세상 사람들보다, 변호사 스스로 ‘인권변호사’라고 불리는 것에 경계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배웠다.”고 밝혔다.
민변은 끝으로 “우리 모임은 진실을 기록하고 밝히려 치열하게 노력하셨던 솔직한 삶, 인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유머와 여유를 가진 언제나 담고 싶은 참 인간으로서 모습을 모든 회원과 함께 기억하겠다.”며 “한없는 그리움으로, 변호사님의 발자취를 오랫동안 가슴에 새기겠다. 편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맺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인권변호사로 57년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지난 20일 88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5일, 장지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