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격리자 등 사전투표 관리부실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 방향을 담은 운영 결과를 발표했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혁신위는 조병현 중앙선관위원을 위원장으로 내부 위원 3명, 외부 위원 3명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지난달 21일부터 4월 18일까지 운영됐다.
혁신위는 사전투표 부실 관리의 원인으로 ▶부실한 특별관리 대책(사전투표 수요 및 소요 시간 예측 부실 등), ▶정책 결정 시스템의 결함(의사결정 실기 및 보고 미비 등), ▶사전투표일 격리자 등 투표 방법 홍보 미흡, ▶구조적 원인(인력수급난·시설 부족 등) 등을 들었다.
혁신위는 먼저 부실한 특별관리 대책과 관련해 격리자 등의 사전투표 참여 수요와 소요 시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수도권 등에 격리자 등이 집중된 점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으며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임시 기표소 투표방식을 사전투표에 사용한 점을 꼽았다.
격리자 등의 투표지를 모아 대리 투입하면서 발생한 혼란은 중앙선관위에서 통일적인 운반 용기를 마련하지 않고 구·시·군 선관위가 자체 판단해 바구니와 상자 등을 준비하도록 한 결과로 확인됐다.
정책 결정 시스템의 결함과 관련해서는 방역당국과 협의 등으로 인해 사전투표 기간을 불과 1주일여 남긴 2월 25일에야 특별관리대책이 시달되고, 위원회의와 위원장에게 충실히 보고되지 못한 점 등 의사결정의 실기와 보고 미비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혁신위는 중앙위원회의에서도 당시 상임위원이 공석임을 고려해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고 부언했다. 또 엄격한 동선 분리와 오후 5시부터 외출 허가와 같은 방역당국의 요구에 밀려 안정적 투표관리대책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데 소홀했으며 부실 관리 사례 발생 후 대응도 지체됐다고 봤다.
아울러 격리자 등이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사무원이 투표함에 대리 투입하는 임시기표소 투표 방법에 대한 대국민 사전홍보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원인이자 한계로는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기피 현상 심화로 인한 투표사무관계자 등 인력수급난, ▶관계기관과의 협조체계 미비, ▶사전투표 장비 부족과 노후화, ▶적정한 사전투표소 시설 부족 등을 들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사전투표 관리 운영 개선(혼잡 사전투표소 지정·특별관리), ▶선거 장비의 체계적 관리(시·도간 재조정 및 노후 장비 교체 등), ▶유관기관 협조체계 실효성 강화(선거협의체 법제화), ▶위기 대응 체제 구축 및 대국민 소통강화(위기 대응 회의체·허위 정보대응팀 편성·운영),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조직 혁신, ▶정책 제언(외부 전문기관의 심층 조직 진단) 등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혁신위는 투·개표 인력 조기 확보와 선거 현장 지원 강화, 향후 선거인 분산을 위한 혼잡사전투표소 안내 앱 개발 검토 등 특별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지난 대선 시 가장 혼잡한 투표 시간대는 사전투표 2일 차 오후 5시부터 투표 마감 시까지 이고, 투표율이 낮은 시간대는 사전투표 기간 중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로 분석하고, 하루 6천명 이상이 투표한 전국 137곳의 혼잡사전투표소 지정현황도 공개했다.
혁신위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전까지 낡은 사전투표 장비의 전수교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만, 선거일이 임박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현재 보유한 장비를 시·도 간 재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사전투표 장비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선거 대비 사전투표 시뮬레이션을 실제 상황과 동일하게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행해 본인확인과 투표용지 출력 시간, 소모품 교체시간을 반영한 1시간당 최대 발급인원수 등을 측정하고, 사전투표율 증가 추이에 따라 추가 확보가 필요한 사전투표 장비 수량을 산출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또 혁신위는 선거관리가 국가 사무로서의 실질적 협조체계가 가능하도록 ‘선거협의체’를 법제화해 구성·운영할 것과 투·개표 종사 인력에 대한 소송 등 지원을 강화할 것과 인력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선거사무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고, 대변인 중심의 ‘위기 대응 회의체’ 운영과 위기관리 매뉴얼 수립을 제안하면서, 대국민 소통강화를 위해 대변인 브리핑을 활성화하고‘허위정보대응팀’을 편성해 온라인상의 허위정보에 적극 대응할 것도 제시했다.
중앙선관위는 “혁신위가 제안한 방안 중 지방선거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은 즉시 시행하고, 그 외 사항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가 반영 여부와 구체적 실행방안 등을 수립·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전체 위원회의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노 위원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지방선거가 흠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