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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피우는 민원인 내쫓는 시청공무원 때리면 '공무집행방해죄?''···1·2심 무죄, 대법원은 '유죄'

대법원 “민원업무 방해하는 민원인을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는 적법한 직무집행”
[한국법률일보] 술에 취해 시청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민원인이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는 복지민원담당 공무원을 때린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재판장 안철상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 김재형·노정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민원인 A씨의 상고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행죄에 대해서만 유죄로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대법원 202113883)

A씨는 202094일 오후 1248분경 경남 통영시청 1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가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재생하는 등 소란을 피우던 중, 소속 공무원 B씨로부터 볼륨을 줄여달라는 요청과 함께 민원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욕설을 하면서 계속 소란을 피웠다.

이에 같은 소속 공무원인 C씨가 A씨를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A씨는 C공무원의 상의를 잡아 찢고, 양손으로 BC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수회 흔든 다음 자기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휘둘러 B공무원의 뺨을 1회 때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제지하고 손목을 잡아끌어 퇴거시킨 시청 공무원들의 행위가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업무에 관한 직무라는 추상적 권한에 포함되거나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A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 외에 폭행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2심 재판부는 시청 공무원들은 사무실 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퇴거시킬 의사가 있었을 뿐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현행범 체포와 관련한 공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이들 공무원은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통합조사팀 소속으로 사회보장 급여 신청 관련 소득재산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 외에 시청의 청사방호와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주위적 공소사실인 공무집행방해죄 부분은 무죄로 보고,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행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3부는 A씨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 판단 이유로 먼저 형법 제136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를 집행하는이라 함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행위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하여 근무 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하고, 직무의 성질에 따라서는 그 직무수행의 과정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부분적으로 각각의 개시와 종료를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여러 종류의 행위를 포괄하여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파악함이 상당한 경우가 있다.”(99383 판결, 대법원 20003485 판결)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지방공무원법> 51조는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75조의2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있으며,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제3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창의와 성실로써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5조 제2항은 민원인은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의 적법한 민원처리를 위한 요청에 협조하여야 하고,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방문한 피고인에게 민원 내용을 물어보며 민원 상담을 시도한 행위와 피고인의 욕설과 소란으로 인해 정상적인 민원 상담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다른 민원 업무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행위는 민원 안내 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포괄해 파악함이 상당하다.”면서, “이와 달리 민원 상담을 시도한 순간부터 민원 상담 시도를 종료한 순간까지만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의 직무 범위인 민원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민원 상담 시도 종료 이후 소란을 피우고 있는 피고인을 사무실에서 퇴거시키는 등의 후속 조치는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파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시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이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팔을 잡는 등 다소의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이는 피고인의 불법행위를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방법으로 저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오늘날 관공서에서 주취 소란 행위 등으로 담당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까지 고려하면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제지하거나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행위도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에 수반되는 행위로 파악함이 상당하고 그 직무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시했다.

대법원 제3부는 이에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시청 소속 공무원들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 그런데도 공무집행방해 부분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공무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항소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법원으로 환송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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