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직장내 괴롭힘 이의제기 '팀장→팀원' 인사발령은 '부당인사''···법원 '중노위 판정 '적법''

“인사권 행사 경위·맥락, 종전 인사관행 등 제반사정 고려 인사권 남용 판단”
[한국법률일보] 팀장에서 팀원으로 인사발령 낸 지방자치단체 출연 법인의 인사조치가 부당인사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 위수현·이은경 판사)()충북테크노파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인사명령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52754)

상시근로자 148명을 사용해 연구개발·장비 공동이용사업 등을 영위하는 지방자치단체 출연 법인인 재단법인 충북테크노파크는 200869일 입사해 정책기획단 균형발전팀 팀장(3)으로 근무하던 A씨를 2020413일 기업지원단 기업지원팀 팀원(3)으로 인사명령했다.

A씨는 기존 C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받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충북테크노파크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원장에게 강하게 이의제기를 한 바 있어, 팀원으로의 인사명령이 이로 인한 것으로 생각해 202079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명령 구제신청을 했다.

충북지노위는 같은 해 93일 인사명령이 업무상 필요성에 따른 인사권 범위 내의 정당한 인사명령으로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한 B씨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가 이행되지 않아 부당하다고 판단해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그러자 ()충북테크노파크는 같은 해 10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제기했으나 중노위 역시 초심 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충북테크노파크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충북테크노파크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인사명령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호소 및 그에 관한 이의제기와 별개로 정기 인사시기에 맞추어 조직개편 과정에서 업무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음에도 재심판정은 사실을 오인하고 이와 전제를 달리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위법하다.”면서, “원고의 직급 체계를 고려하면, 인사명령이 그 자체로 강등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업무상 필요에 비해 B씨가 감수해야 할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벗어나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또한 A씨에 대해 직접적인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인사발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먼저,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인 사업장에서의 인간존엄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취지와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는 전직은 금지되며, 전직처 분을 하는 자가 그 정당한 이유의 존재에 대한 궁극적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면서,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은 헌법 규정으로 하여금 현실세계에서 경제 체계를 구성하는 사적 권력의 효율성 우선 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생활 세계를 뒤흔들고 침식하는 현상을 막는 최소한의 선제적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 게 하는 것이고, 이로써 사적 영역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할 수 있게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전보나 전직과 관련한 인사권 내지 그에 대한 업무상 필요성과 관련한 사용자 측의 상당한 재량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음은 물론이지만, 다른 한편, 업무상 필요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대칭적으로 정보를 보유하 는 사용자 측에서 쉽사리 만들어낼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직, 전보, 직위교체, 보직교체, 급여 체계 변화, 사무공간 배정 등 다양한 인사수단을 조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징계와 다름없거나 오히려 그 보다 더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경우들도 종종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라도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인사권이 행사된 경위와 맥락, 인사명령의 내용이 종전 인사 관행과 비교할 때 얼마나 이례적인지 등 제반사정을 신중하게 고려해 그 인사권이 남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이 옳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사건내용으로 들어가 이 사건 조직변경으로 인해 팀의 숫자가 증가해 팀장의 자리가 증가했다. 따라서 기존에 팀장이었던 A씨를 팀원으로 변경할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원고는 5명의 팀원을 추가로 팀장이나 실장으로 임명했다.”면서, “원고는 혁신사업팀의 팀장으로 이공계 출신이 필요했다고 주장할 뿐 A씨가 혁신사업팀을 포함해 다른 팀의 팀장이 될 수 없는 이유에 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신설된 수송기계부품센터가 원래 균형발전팀의 업무였던 점을 고려하면 A씨가 센터에서 팀장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팀장들이 팀을 옮겨 팀장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어 A씨를 팀장이 아닌 팀원으로 변경하는 합리적인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이후에도 한동안 혁신사업팀의 팀장을 임명하지 않다가 D씨를 팀장으로 임명했는데 D씨는 팀장 임명 전에도 균형발전팀과 혁신사업팀의 팀원으로 근무해 왔다.”면서, “원고가 혁신사업팀의 팀장으로 이공계 출신이 필요해 B씨를 대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D씨를 곧바로 임명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이와 같은 공백이 생긴 것은 이 사건 인사명령이 A씨를 팀장에서 배제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정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아울러 “A씨는 감급된 것은 아니지만, 팀장에서 팀원으로 변경됨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강등된 것과 같은 지위의 변경이 있게 됐다.”면서, “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소속 부서장의 추천이 필요하고 원장의 승인도 받아야 하며(원고 직제규정 제12), 팀장은 팀원에게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고, 60만 원의 직책급 업무추진비를 받게 되는 이익이 있다. 그런데 A씨가 팀장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서 이러한 업무추진비도 받지 못하게 됐고, 팀장 직위에 있음으로 인해 얻게 될 자긍심이나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 모두 박탈당하게 됐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A씨가 팀원이 되므로 인해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이는 추가적인 근로에 대한 대가이므로 설령 그 수당 등이 업무추진비를 초과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가지고 A씨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A씨는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해 유무형의 생활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조직변경으로 인해 팀장에서 팀원이 된 사람은 오로지 참가인뿐이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와 같이 유독 A씨에게만 불이익한 조치를 하면서 A씨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절차 진행이 원고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원고가 이와 같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이는 원고의 조치가 합리성에 기초한 조치가 아니라 감정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인사명령은 부당전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23조와 관련한 인사명령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증명책임 부담 주체가 사용자 측임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부당인사명령에 대한 비교교량 판례 법리와의 조화적 해석을 법리적으로 명시한 선례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서울 아04223

Copyright ⓒ 한국법률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