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전세보증금을 1순위로 받을 수 있도록 근저당권을 말소해 주겠다고 속여 임차인으로부터 7천5백만 원을 받아 챙긴 60대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9단독 정제민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게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1고단2267)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5월 28일 울산 동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피해자 B씨에게 “전세보증금을 주면 채권자 병영새마을금고의 1순위 근저당권(채권최고액 9천100만 원)을 즉시 변제해 말소하겠다. 전세보증금이 1순위가 되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이를 믿은 B씨와 울산 동구의 한 빌라 세대에 대해 전세보증금을 7천500만 원, 전세 기간을 2년으로 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B씨로부터 같은 날 전세보증금 중 계약금 명목의 현금 500만 원을 받고, 자신 명의의 경남은행 계좌로 잔금 명목의 7천만 원을 송금받았다.
그러나 사실은 A씨는 병영새마을금고에 대한 대출금 채무 이외에도 당시 농협 대출금 채무 5천250만 원, 대구은행 대출금 채무 8천220만 원, 우1동새마을금고 대출금 채무 4천900만 원, 한화생명보험 대출금 채무 7천500만 원 등 다액의 대출금 채무가 있었다.
또 금융권 대출을 가지고 집합건물을 매수한 뒤 이를 임대해 받은 보증금으로 다시 새로운 집합건물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부동산을 취득해 다수의 임차인에 대해 다액의 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피해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더라도 이를 다른 대출원리금 상환이나 부동산 매입 관련 채무의 변제 등 다른 용도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약정한 대로 즉시 병영새마을금고의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고 1순위 근저당권을 말소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에 A씨는 B씨를 기망해 7천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정제민 판사는 A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늦게나마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한 점과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인정되지만, 별다른 자력 없이 대출받은 돈으로 낡은 빌라 등을 매수한 뒤 이를 임대해 받은 임대차보증금 등을 다른 부동산을 매수하는 데 활용하면서 막연히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했을 뿐,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다수의 임차인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은 애써 외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어 “더군다나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이 선순위 근저당권의 말소를 약속해 주지 않았다면 선뜻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보증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엄벌을 거듭해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제민 판사는 “이러한 불리한 정상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해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