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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라돈침대 사건’ 수사기록 폭넓게 공개해야”

- 불기소처분 이유, 사안성격상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위해 보다 적극적 정보공개 필요
[한국법률일보] 2018년 시중에 유통되던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해 대량으로 검출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일명 라돈침대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찰이 폭넓게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재판장 정상규 부장판사, 김병주·지은희 판사)는 라돈침대 관련 불기소 사건의 고소인 중 한 명인 이모씨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62393)

이 사건 원고를 포함한 고소인들은 2018년 대진침대의 대표이사인 A씨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라돈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 침대를 제작·판매해 이를 사용한 고소인들에게 폐암, 갑상선암, 피부질환 및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A씨 등을 상해, 업무상과실치상 및 사기, 표시광고법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동시에 모자나이트 관리책임을 지고 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위원장도 모자나이트 관리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침대로 인해 폐암 발병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들의 사건을 병합해 관련업체 등에 대한 수사를 함께 진행했다.

수사결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담당 검사는 202013일 피의자들에 대해 라돈이 폐암유발물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갑상선암 및 피부질환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았고 폐암 역시 라돈 흡입만으로 발생하는 특이질환이 아닌 만큼 라돈이 방출되는 침대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점,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판매한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려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인 사실이 인정돼야 하지만, 피의자들 역시 라돈침대를 장기간 사용해 이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등을 이유로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및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202138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관련 불기소사건의 수사기록 일체, 증거기록 일체, 피의자 진술 일체에 대해 민사소송 이용을 신청이유로 하는 기록 등사 신청을 했지만, 검찰은 고소장에 대하여만 일부 허가하고, 나머지 서류들은 등사불허가처분을 하자,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피고 검찰측은 원고가 공개를 구하는 정보는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이므로 공개될 경우 수사기관의 조사기법이 유출될 우려가 있어 수사업무의 공정하고 적정한 수행을 저해할 수 있고, 이러한 자료들의 공개가 반복 누적되면 향후 동종 범죄가 용의주도해짐에 따라 범죄 피해가 늘어나며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자문회의 회의록, 기관의 최종 보고서 등 사안의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작성된 각 기관의 내부 서류 및 사건관계인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협의한 내용 일체를 원고에게 공개하면 공개 자체로 인해 수사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자문 및 수사기관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유로운 진술이 제한될 우려가 크고 각 기관의 비공개 데이터 등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 및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 제5호 등의 사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반면, 원고측은 피고가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들고 있는 사유들은 적법한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신청에 대한 정보 비공개의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면서, “수사 내용에 일부 사생활정보가 포함돼 있어도 추가 고소와 관련 사건의 진행, 집행 등과 관련해 문제 되고 있는 원고의 권리구제가 더 중요하므로, 일부 인적 사항 등을 제외한 부분은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방사능 유출로 인한 대규모의 집단피해를 양산한 사건에서는 피해사실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데 곤란함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정보공개의 공익과 필요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각종 조서들에는 피의자들 및 참고인들의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주소, 등록기준지, 연락처, 가족관계, 범죄경력, 학력 및 사회경력, 재산관계, 종교, 정당, 사회단체 가입여부, 건강상태 등 인적사항, 개인식별정보와 각 법인이나 사업체의 연락처, 주소, 법인등록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등 기업체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는 부분은 비공개의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 정보 중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공개해도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국민의 생활과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불기소처분의 이유·취지와 사안의 성격에 비추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보공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 및 참고인들의 개인식별정보와 나머지 기업체 정보 등 비공개대상 정보를 가리거나 제외하고 열람·등사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따라서 피의자들 및 관련업체에 관한 내용은 모두 공개함이 타당하고, 그 외 거래처나 나머지 업체의 상호대표자 이름을 제외한 일체의 기업체 정보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하되 '방사능 농도분석 결과' 등의 '수치 자료' 자체는 비교 대상으로서 공개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설령, 공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정보가 원고의 권리 구제나 알권리 보장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는다거나, 인과관계 증명의 곤란함에 비추어 권리 구제 가능성이 낮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정보공개법이 정보공개 청구권자가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와 어떤 관련성을 가질 것을 요구하거나 정보공개청구의 목적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정보공개 청구권자의 권리구제 가능성 등은 정보의 공개 여부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201744558)."면서, "따라서 이를 공개하더라도 원고가 피의자들 및 참고인 등을 상대로 악의적인 보복소송이나 터무니없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위 공개정보를 악용하여 피의자 등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하기 어려운 이상, 위 정보들은 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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