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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심판 “1m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받은 외국인에게 한 출국명령처분은 부당해 취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외국인 출국명령은 공익 목적과 개인적 불이익 면밀히 살펴야”
[한국법률일보] 급박한 상황에서 1m 정도 음주운전을 해 벌금형을 받은 외국인에게 출국명령 처분까지 한 것은 부당해 취소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음주운전을 이유로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출국명령을 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외국인인 A씨는 202010월경 술자리를 함께한 지인이 과음으로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태에서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한 후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차문 옆 철재구조물에 지인이 다칠까 봐 차를 앞으로 약 1m 정도 운전했다.

이때 A씨는 인근에 있던 경찰공무원에게 음주운전으로 단속됐고,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이었다.

같은 해 12월경 법원은 A씨에게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했고, 이에 따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A씨에게 출국명령 처분을 했다.

<출입국관리법>은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강제퇴거 또는 출국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국내 체류기간 동안 다른 범죄사실이 없고 음주운전으로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으며, 2014년에 입국한 후 기능사 자격을 취득해 2019년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고용하면서 회사를 성실하게 운영해 왔다.

이에 A씨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의 출국명령 처분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가 음주운전 한 사실만으로 경제·사회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외국인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거주해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는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출국명령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보다 A씨가 입는 불이익이 크다고 보고 A씨에 대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의 출국명령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범법행위로 인해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출국명령 처분을 할 때는 공익적 목적을 잘 살펴봐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중앙행심위는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재결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행정심판은 처분의 위법성만 판단하는 행정소송에 비해 신속·간편하면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고 '위법성'뿐만 아니라 '부당성', '합목적성'까지 판단해 국민권익 구제의 폭이 훨씬 넓다.

또 행정심판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인용될 경우, 행정청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강력한 법적 효력도 갖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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