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인 택시회사가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택시를 제공해 운행하게 했다면 이는 법 위반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택시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노택악 대법관, 주심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오경미 대법관)는 청주택시운송(주)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택시운송사업자면허 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9두55835)
청주시는 2017년 12월 청주택시운송(주)의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 가운데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4대 보험 가입 없이 택시 운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138명이 청주택시운송(주) 소속 택시운주종사자가 아니면서 청주택시운송(주)의 택시를 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청주시는 청주택시운송(주)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제12조 제2항을 위반했다며 2018년 6월 5일 청주택시운송(주)의 택시운송사업 면허취소 처분을 했다.
<택시발전법>은 ‘택시운수종사자’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제24조에 따른 운전업무 종사 자격을 갖추고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하며(제2조 제4호), 택시운송사업자는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형식 상의 근로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을 포함한다)에게 택시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제12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택시운송사업자의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도록 명하거나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제18조 제1항 제2호)
청주택시운송(주)는 청주시의 택시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에 반발해 청주지방법원에 택시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청주지방법원 행정부는 청주시장의 택시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2심인 대전고등법원 청주 제1행정부는 “운전자들이 원고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운전자 대부분이 원고 소속 택시운수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청주시장의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 청주택시운송(주)의 승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직접 운전자들을 모집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운전자들로부터 운전경력증명서와 운전적성정밀검사 판정표 등을 제출받았으며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준수하겠다는 내용 등이 기재된 서약서를 작성 받았다는 점, 운전자들의 선호에 따라 일급제(日給制)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급제·월급제 운전자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을 배차하고 매출을 관리했으며, 모든 차량에 디지털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해 모든 운전자의 운행 내역 및 시간 등도 확인한 점, 노동조합과의 협의에 따라 일급제 운전자의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했고 운전자들로부터 직접 기준운송수입금을 납입 받았으며, 그 외 임차료 등을 지급받은 적은 없는 점, 운전자 가운데 적어도 53명은 4대 보험에 가입했고, 운전자들 중 1년 이상 근무한 6명에게 퇴직금을 산정해 지급한 점, 원고가 차량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수리비 등을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일급제 근로자들도 원고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 제1부는 먼저 “<택시발전법> 제12조 제2항은 택시운송사업자로부터 택시운수종사자를 보호함은 물론 <여객자동차법>상의 명의이용행위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택시업계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위험으로부터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 공중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의 운영 행태를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면서,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단순히 택시운송사업자나 택시운수종사자의 사적 이익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공의 안전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 공중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만일 택시운수종사자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면 과로 상태에서 안전운전이 보장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운송수입을 늘리려는 의도에서 과속․ 난폭운전, 단거리 탑승거부, 합승 등의 위반행위가 늘어나 택시운송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2항을 해석할 때에는 택시운수종사자의 의사나 이익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택시운송사업자가 소속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 한 명에게 1대의 택시만을 제공했더라도 이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택시발전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제재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다만 행정청이 해당 운송사업자의 택시운송사업면허 전부를 취소하는 처분을 하면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남용하였는지를 살펴 그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1부는 “문제가 된 운전자 137명 중에서 근로계약서 작성이 확인되는 사람은 15명이고, 4대 보험에 가입 신고된 사람은 53명에 불과하다. 또 소송 과정에서 원고가 추가로 제출한 근로계약서를 모두 포함해도 운전자 중 67명의 근로계약서 작성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처럼 이 사건 운전자 중 상당수는 근로계약서 작성, 4대 보험 가입 등과 같은 원고 소속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형식적 징표조차 갖추지 못했다.”면서, “원고는 운전자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대로 매월 기본급 등의 고정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해당 근로계약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이 사건 운전자들은 1일마다 원고에게 운송수입금 중 원고와 사이에 약정된 금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부분은 자신의 개인수입으로 귀속시키는 일급제 방식에 따라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택시를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 일급제 방식에 따른 택시운수종사자로서는 택시운송사업자로부터 택시를 제공받아 이를 며칠간만 운전업무에 사용할 수도 있고, 이러한 사정으로 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를 제공함에 앞서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심사 등을 생략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일급제 방식의 경우 그 운행에 따른 이익·손실 위험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지휘·감독권이 적절히 행사되었는지 등에 대하여는 월급제 방식의 경우보다 신중하게 판단돼야 할 것인데, 과연 원심이 이러한 기준에서 적절히 판단하였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제1부는 결국 “원고가 운전자들에게 제공한 택시의 수리비, 유류비 등을 원고가 부담했다는 사정과 택시에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했다는 사정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사항을 일부 준수한 것일 뿐이므로, 그것만으로 원고가 해당 택시 운행에 따른 이익·손실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했다거나 실질적으로 충분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운전자들이 원고 소속 택시운수종사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은 <택시발전법> 제12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