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법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미필적 고의여도 성립”

[한국법률일보] 공무원 A씨는 동료 C씨의 사촌누나 D씨를 통해 드라마 제작에 3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수익금은 물론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A씨는 자신의 투자금 일부를 대여해준 B씨를 만나 C씨가 군청 도시디자인과에 있을 때 E 과장한테 스폰을 붙여줬다.’, ‘C씨가 투자했던 업자들과 H씨 등에게 일거리를 주고 무마시켰다.’ ‘건설업자 F씨가 전에 C씨가 한번 갈 뻔했는데 살려줬다.’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A씨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C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양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검사도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진원두 부장판사, 류하나·박현기 판사)는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인 공무원 A씨와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춘천지방법원 2021934)

A씨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 B씨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C씨의 사촌누나에게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하게 된 경위와 억울함 등 채권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설명했을 뿐이라면서, “C씨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가 없었고, 직장동료로부터 전해들은 소문을 사실이라고 생각해 말하게 됐기 때문에 당시 허위임을 알면서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사는 피고인은 C씨가 아닌 D씨로부터 권유를 받아 투자하기에 이른 것임에도 C씨가 피고인을 속였다고 말했다.”피고인을 속여 투자금을 교부받은 주체가 피해자 C씨인지 D씨인지는 핵심적인 부분이므로, 이를 허위로 말한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명백하게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면서, “설령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 해도 피고인의 주된 동기 내지 목적은 투자금 회수라는 사익에 있었으므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해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려워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C씨에 관한 공소사실 기재 발언들이 허위라는 점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의 고의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의 발언 내용 중 스폰이 누구인지와 ‘F씨가 C씨를 살려주었다는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도 C씨가 평소 업자들에게 식사대접을 받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이를 신뢰했을 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관련 내용을 찾아보지도 않았던 점, 피고인은 C씨의 사촌누나인 D씨가 관계된 드라마 제작 사업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상당액의 손해를 보게 돼 C씨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G씨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 해도 허위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C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C씨가 투자했던 업자들과 H씨 등에게 일거리를 주고 무마시켰다.’라는 발언의 내용은 직접 확인해보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라 ‘H씨 등 업자들은 과거부터 C씨와 일을 많이 했기에 업무직종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며 사기를 당했는데도 가만히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C씨가 일로 무마시켜 주었기에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술해 피고인의 추측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에 현저하게 변경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과 양형 이유를 대조해보면,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해도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서울 아04223

Copyright ⓒ 한국법률일보 All rights reserved.